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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

11년 전 오늘 글이에요.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

내일을 염려하지 말아야, 오늘을 충만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미래에 대한 염려로 가득한 사회 속에 살고 있다. 자본과 체제가 사회를 그렇게 몰고 간다. 이런 염려가 과도할 때, 우리는 자신의 현재 삶을 부정할 수밖에 없다. 내일 일정에 대한 염려가 지나치면, 우리는 오늘 하루를 제대로 보낼 수 없는 이치와 같다. 통째로 오늘 하루를 내일 일정을 위해 희생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오늘이 삶의 목적이어야 한다. 오늘이 수단이 되고, 내일이 목적이 된다면, 우리의 현재는 항상 불행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내일이 오늘이 되는 순간, 모레가 또 내일이 되기 때문이다. 내일을 염려하며 사는 사람은 또한 잔인하기도 하다. 옆에서 고통 받고 있는 이웃에게 눈길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염려는 우리를 불행하고 잔인한 분위기를 풍기는 고독한 자아로 만든다. 즉 다른 사람들과의 사랑과 연대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더 조심해야 할 것은 자본주의와 권위적인 정치 체제가 이 염려를 조장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억압체제는 다수의 사람들을 모래처럼 분리시켜야 유지될 수 있다. 소수가 다수와 전쟁을 벌여서는 승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체제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미래만을 신경 쓰면 쓸수록 우리에게 사랑과 연대의 가능성은 그만큼 더 사라다는 것을 체제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과의 공감과 연대가 가능하게 하려면 미래에 대해 염려하지 말고 현재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증폭시킨 염려 상태를 완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너무 미래에 대해 염려하지 말라는 말이다. 내일은 정말 귀신도 모른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나에게 내일은 없다’고 외치며, 염려가 전제하는 시제인 미래를 부정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의 현재 삶에 집중할 수 있는 시제, 즉 현재,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다. 내일을 너무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