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하루 온종일 태풍 때문에 가을 비가 내렸다. 그래 저녁에는 딸과 영화를 보러 나갔다. 우리는 막 한국에 들어 온 영국 영화 <Yesterday>(대니 보일 감독, 리처드 커티스 각본)를 택했다. 이 영화는 비틀즈가 사라진 세상, 유일하게 그들의 음악을 기억하는 무명 뮤지션 주인공 잭(히메쉬 파텔, 수천 대 1의 경쟁력을 뚫고 주연에 캐스팅)에게 찾아온 인생을 뒤바꿀 선택을 그린 이야기이다. 무명 뮤지션 잭이 선사하는 새로운 느낌의 비틀즈 명곡들 그리고 시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감동적인 가사와 감성들로 영화가 가득 찼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축축히 젖은 가을 밤에, 비틀즈의 여러 명곡들을 들으며, 많이 위로를 받았던 저녁이었다. 오늘은 <대전문화연대 창립 15주년 기념 후원의 밤>이 있는 날이다. 공동대표로 후원금을 별로 모으지 못해 걱정이다. 말이 안 떨어진다. 원래 내 능력 밖의 일이다. 답답한 일인데, 이 영화 속의 비틀즈 OST 두 곡으로 위로를 받았다. 하나는 <Let It Be>, 또 하나는 영화의 끝 부분에 나오는 <Ob-Li-Da, Ob-Li-Di>였다. 두 번째 노랴는 내가 힘들 때 마다 듣고, 기회가 되는 대로 이 곡에 맞춰 나만의 춤을 추곤 한다. 내가 춤을 추면, 딸은 싫어한다. 그러나 그 춤을 추고 나면, 특히 약간 취했을 때,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우선 노래를 유튜브로 다시 들으면서, <Let It Be> 가사를 해석해 본다. "내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어머니 Mery가 나에게 오셔서, 지혜의 말씀을 해 주셨지. 그냥 내버려 둬(let it be), 순리에 맡기라고. 그리고 내가 어둠의 시간에 있을 때, 그녀는 바로 내 옆에 서서, 지혜의 말씀을 해 주셨지. 그냥 두어라(let it be). 냅 둬봐(let it be). 냅 둬봐. 지혜의 말씀을 속삭여 주셨지. 그냥 내버려 두라고. 그리고 세상의 모든 상심한 사람들 마저도 그냥 두라는 말에 해답이 있다는 것에 동의를 하지. 비록 그들이 헤어지게 된다 하더라도, 그들이 깨달을 기회는 아직 있을 거다. 해답을 있을 거다. 그냥 내버려 주세요. 그냥 두세요. 냅 둬요. 내버려 두라고요. 내비 둬요(시간이 해결해 줄 꺼야). 정답은 있을 거예요. 내버려 두세요. 내비 두세요, 냅 둬요. 지혜의 말씀을 속삭여 주었지요. 그냥 내버려두라고요. 그리고 밤에 구름이 잔뜩 낄 때, 나를 비추어 주는 한 줄기 빛이 있어요. 내일 까지 비추겠죠. 그냥 내버려 두세요. 저는 음악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요. 어머니 Mary가 오셔서, 지혜의 말씀을 하시죠. 그냥 내버려 두라고.
이 노래는 '결국에는 모든 것이 잘 될 거라'는 아주 희망적인 분위기의 노래이다. 순리대로 그냥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오늘 후원의 밤도 순리에 맡길 생각이다. 언젠가 『장자』를 읽으면서 적어 두었던 문장이 생각난다.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로 우려면, 사물의 한 단면만을 보고 거기에 집착하는 옹고집과 다툼을 버려야 한다. 사물을 통째로 보는 것이 '하늘의 빛에 비추어 보는 것, 즉 '조지어천(照之於天)'이고, 도의 '지도리'(도추道樞, pivot, still point)에서 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실재를 있는 그대로 그렇다 함(인시,因是)이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마음(명,明)이다. 중세의 한철학자 말한. 반대의 일치, 양극의 조화(coincidentia dppositorun)이다.
두 번째 <오블라디 오블라다>는 나이지리아의 한 부족 언어로, "인생은 흘러간다." "인생은 진행된다"라는 말이라고 한다. 인생은 계속되니,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라는 말이란다. 노래 가사 중에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la la how the life goes on. (오블라디 오블라다. 삶은 계속되요. 브라/라 라 삶은 계속될 거 랍니다.)"가 나오는데, 나는 이 부분을 제일 좋아한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의 "모과나무는 한사코 서서 비를 맞는다." 모과나무는 "끝까지, 바로 그것, 그 푸른 것만 아니었다면/그도 벌써 처마 밑으로 뛰어들어왔을 것이다." 나도, 모과나무처럼, 오늘 밤을 순리대로 내버려 두고, <오블라디, 오블라다>를 부르며 '한사코 서서 비를 맞을" 계획이다.
모과나무/안도현
모과나무는 한사코 서서 비를 맞는다
빗물이 어깨를 적시고 팔뚝을 적시고 아랫도리까지
번들거리며 흘러도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비를 맞는다, 모과나무
저놈이 도대체 왜 저러나?
갈아입을 팬티도 없는 것이 무얼 믿고 저러나?
나는 처마 밑에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모과나무, 그가 가늘디가는 가지 끝으로
푸른 모과 몇 개를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았다
끝까지, 바로 그것, 그 푸른 것만 아니었다면
그도 벌써 처마 밑으로 뛰어들어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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