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 동네 초등학교는 동네 한 가운데에 있다. 그리고 고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니 담벼락이 쓸데 없이 높을 수밖에 없다. 언제 심었는지 모르지만, 그 담벼락에 여름이 시작되려 하면, 능소화가 너무 많이 핀다.
난 능소화를 보면 슬픈 마음이 먼저 떠오른다. 궁궐에 소화라는 궁녀가 있었다. 그녀는 임금에게 눈에 띄어 하루 아침에 빈(嬪, 후궁)의 자리에 오른다. 그러자 다른 궁녀들의 시샘과 음모로 이어져 두번 다시 임금을 볼 수 없게 된다. 그녀는 기다림에 지쳐 병이 들어 죽은 후, 궁 담장에 묻어 달라는 유언대로 묻혔다. 그 자리에서 자란 덩굴이 능소화란다. 기다리다 지쳐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담을 뛰어 넘는다. 능소화의 '능(凌)'자는 ‘능가하다, 깔보다’라는 뜻이고, '소(宵)'자는 ‘하늘 소‘자이다. 그러니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덩굴의 기운 때문에 능소화라고 한다. 슬프다.
이 꽃은 과거 시험에 장원 급제하여 말을 타고 금의환양(錦衣換陽)할 때 머리에 쓰던 화관으로 장식했다고 해서 '어사화(御使花)'라고도 부른다. 봄꽃들 다 지고 뜨거운 여름에 당당히 피는 꽃이 능소화이다.조심할 것은 꽃에 반해 꽃을 따다 가지고 놀면, 꽃의 충이 들어가 실명(失明)을 할 수도 있단다.
그 집 앞 능소화/이현승
1.
이를테면 제 집 앞뜰에 능소화를 심은 사람의 마음이 그러했을 것이다. 여름날에, 우리는 후두둑 지는 소나기를 피해 어느 집 담장 아래서 다리쉼을 하고, 모든 적막을 뚫고 한바탕의 소요가 휩쓸고 갈 때, 어사화같은 능소화 꽃 휘어져 휘몰아쳐지고 있을 때,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그 집의 좋은 향기에 가만히 코를 맡기고 잠시 즐겁다. 능소화 꽃 휘어진 줄기 흔들리면, 나는 알고 있다. 방금 내가 꿈처럼, 혹 무엇처럼 잠시 다녀온 듯도 한 세상을.
2.
말 걸어 오지 않는 세상을 향한 말 걸기.
언뜻언뜻 바람을 틈타고 와
확, 뿜어져 나오는 향기란
아무것도 예비할 수 없었던 도난사고처럼
툭, 어깨 치며 떠난 자에게서 후발되는 것.
뒤숭숭한 꿈자리처럼
파편적으로만 나타나는 기억 속에서
징후로만 읽혀지는 것.
그러나, 감추어진 것을 향한 나의 짐작은 두렵다.
다 익었다는 것 속엔 무언가가 감추어져 있다.
열매도 없는 화초의 지독한 향기.
급소를 중심으로 썩어 가는 맹독성
혼기 지난 여인처럼
꽃은 향기 속에 늘 부패의 경고를 담는다.
모든 향기의 끝에는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인문운동가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이현승 #와인비스트로뱅샾62
PS
오늘은 1950년 6월 25일 새벽 아침에 북한 공산군이 남북군사분계선이던 38선 전역에 걸쳐 불법 남침함으로써 일어난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기념하는 날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라, 잘 모르지만 영화나 책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많이 보았다. 이런 전쟁이 다신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이젠 반공과 국가주의보다 보편적 가치를 회복했으면 한다. 적대가 아닌 평화, 불평등 해소, 문화와 예술 향유를 통한 경쟁이 아닌 여유로운 삶 등이 시대정신이다.
평화를 위해서는 역사를 잘 알아야 한다. 이 사람이 누구인가를 알아야 한다.
1. 1945년 해방 후, 남북의 통일 정부가 여의치 않으니 남한만의 단독 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
2. 단독 정부 수립에 반대하던 제주도민 3만여 명을 학살한 4,3 사건의 최종 책임자.
3. 4,3 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한 여수 14연대 소속 군인들의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여수 순천 지역 민간인 1만여명을 부역자로 몰아 학살한 장본인
4. 그 직후 지금까지도 양심의 자유를 옥죄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인물
5. 좌익 세력에게 전향의 기회를 준다며 국민보도연맹을 조직해 놓고 선 6,25전쟁이 발발하자 빨갱이로 몰아 집단 학살한 장본인
6. 친일파보다 빨갱이가 더 나쁘다며 온 국민의 염원을 담은 반민특위를 해체하고 친일파를 등용한 인물
7. 정권 연장에 눈이 멀어 국회 프락치 사건, 발췌개헌안 파동, 사사오입 개헌 등을 주도한 민주주의의 파괴자
8. 죽산 조봉암 등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정치인들을 죽음으로 내몬 사법살인의 설계자
9. 6,25 전쟁이 발발하자 국민들에겐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며 사전 녹음된 방송을 틀어 놓고 선, 전날 36개 줄행랑을 친 것도 모자라 때늦은 피난민들이 건너던 한강철교 폭파를 명령한 잔인무도한 권력자
10. 86세의 나이로 부정선거를 획책하다 4,19 혁명이 일어나 끝내 국민들의 손에 쫓겨난 노회한 정치인
이상은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더 있다.
1. 3,1운동 직전 자의적으로 국제연맹의 위임을 청원한 일
2. 미국에서 대통령을 참칭하며 독립활동 자금을 유용한 사건
3. 서울 수복 후 피난가지 못한 이들을 부역자로 몰아 학살한 행위
4. 6,25 전쟁 중 미국에 작전권을 통째로 넘겨버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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