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 II, 2』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존재한다'는 이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육신, 짧은 호흡 그리고 주도하는 마음이다".
이 세 가지가 인간을 구성하는 세 요소이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그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면서 인간으로서 삶을 유지한다는 의미를 궁리했던 로마의 황제였다. 그는 이미 자신을 1인칭이자 3인칭으로 해석하였다. 그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자신의 구성 요소를 앞에서 말한 것처럼 세 가지로 정리한다.
• 육체를 지닌 존재
• 짧은 호흡
• 앞의 둘을 지배하는 영혼인 '헤게모니콘(hegeminikon)'
아우렐리우스의 말을 직접 들어 본다. "당신이 지금 죽는다고 생각해 보라. 육체는 피, 뼈, 신경들의 연락망, 동맥, 정맥이다. 짧은 호흡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바람이다, 고르지 못하고 항상 들락거린다. 이제 세 번째가 남았다. 바로 '주도(主導)하는 마음' 이다."
그리스 철학에서는 인간을 육체(사르키아 혹은 소마), 정신(프쉬케) 그리고 영혼(푸뉴마)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다. 특히 영혼으로 알려진 푸뉴마의 원래 의미는 호흡으로 생물을 살아있게 만드는 신적인 기운이다. 『신약성서』에서는 이 단어를 성령으로 해석하였다. 이와 달리 아우렐리우스는 인간구성에서 육체를 그대로 사용하고, 정신과 영혼을 하나로 묶어 '짧은 호흡(프뉴마티콘)'으로 합쳤다. 그런 후, 인간의 육체와 정신-영혼을 지배하는 새로운 마음을 '헤게모니콘'이란 이름으로 설명하였다.
헤게모니콘 이야기를 좀 더 해본다. 이 단어의 어원적인 의미는 '명령하고 주도하기에 알맞은'이란 뜻으로 소크라테스의 용어였다. 이 말은 군사용어이기도 했다. 이 말은 군대 사령관처럼,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지배하는 원칙이다. 헤게모니콘은 영혼의 일부로 오감의 지배를 받는 육체를 지배하는 인간만의 특별한 정신이다. 헤게모니콘은 자신의 몸과 정신 활동을 조정하는 중앙제어장치이다. 만일 주도심이 없다면, 인간은 육체를 자극하는 쾌락의 부하가 되고, 쾌락이 점점 커져 정신을 지배하여 이기심의 노예가 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입은 말하기 전에 다물어야 하고, 눈은 보기 전에 감아야 한다. 말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눈을 뜬다고 본다면, 들려온다고 듣는다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의 마음 속에 높다란 성벽인 내성(內城)을 건설하여, 성벽 위에서 자신을 항상 지켜보았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을 모니터하는 주인을 그리스어로 헤게모니콘이라 불렀다. 그러니까 이 말은 나의 생각, 말 그리고 행동을 자동적으로 제어하는 사령관이란 말이다. 그는 그것을 무절제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습관을 장악하는 마음으로, '지배적인 이성'이라고도 불렀다. 그는 헤게모니콘이란 용어를 사용하여 마음을 정의한다. 그 마음이 나를 인도하고 검토하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이 읽은 책들을 뛰어 넘어, 자신의 삶의 원칙을 헤게모니콘, 즉 주도심이라고 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스토아철학자들은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을 발견하고 그것에 복종한다. 예를 들어 노예였다가 철학자가 된 에픽테토스는 가장 중요한 원칙을 '프로아이레시스'라 불렀다. 번역하자면, '의도적인 선택'이다.
아우렐리우스는 훌륭한 철학자나 그가 남긴 저서를 따라하기 보다, 자신이 자신의 마음 스스로 삶을 주도할 수 있는지 살피라고 충고한다. 그에겐 자신이 흠모하는 '그 자신'이 있다. 나는 어떤 가? 내 삶을 자기 주도적으로 살고 싶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산다는 것이 자발성으로 사는 일이다. 그래야 즐겁고 행복하다. 즐거움이란 내 마음이 공감을 경험한 후에 밑바닥에서부터 가장 높은 곳까지의 공간 안에서 일으키는 진동이다.
독서를 통해서 지향해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 즐거움을 거쳐서 자기가 재발견되고, 재발견된 자기가 쓰기로 확장 할 때 더 즐거움은 배가 된다. 그러면서 자기는 더 확장된다. 자기 스스로 운동, 즉 움직임을 화복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자기 스스로 변화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자기가 살아있으면서 점진적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게 죽음이 아니라, '살아 있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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