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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인문 산책 2


“변화는 절망에 지쳐 더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나타난다.” 좌파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글귀이다. (배연국)

그는 “진정한 용기는 터널 끝에 보이는 빛이 어쩌면 반대 방향에서 달려오는 기차의 헤드라이트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일갈한다. 아무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희미한 불빛을 찾는 식의 ‘거짓 희망’을 단호히 뿌리치라는 주문이다.

아직 희망이 있다는 안일함이 정확한 현실 인식을 방해하고 변화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지금 벼랑 끝에 있다는 끔찍한 절망을 받아들일 때 돌아설 용기가 생긴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물극필반(物極必反)! 어떤 일이든 극에 달해야 반전이 생긴다. 아래로 떨어지는 공도 바닥까지 완전히 닿아야 다시 튀어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