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우연히 접한 글이다. 성공회 사제를 하다가 정년퇴직하고 시골에 돌아와서 텃밭과 가축을 키우고 사는 윤정현(66) 선생 이야기이다. 그에게 이러게 "외롭지는 않습니까?"라 물으니, 그 대답이 내가 꿈꾼 삶이었다.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신념 체계를 내려놓고 살고 싶어요. 인간이 만들어 놓은 교리, 제도 이런 게 대부분 하나의 틀입니다. 인간은 제도 안에 있어야 보호받는다고 여기고, 안정감을 느끼죠. 대중과 있어야 편안하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결국 매트릭스 안에 있는 것이죠. 삶이 게임기 안에 있으면 그 안에 갇혀 사는 셈이죠. 조종당하고 사는 겁니다. 다석 유영모를 공부하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다스리고 지배하면서 땀을 흘리지 않으면 잘못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사진, 시 그리고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만나실 수 있다.
일상을 다스리고 지배하면서, 땀을 흘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에 나는 움찔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듯이,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 본다. 아니, 돌아가서는 안 된다. 돌아보자. 그 일상이 어떤 일상이었던가. 모든 부문에서 불평등이 노출되는 일상, 그 과정에서 복합위기가 가중되는 일상, 그리하여 미래가 사라지는 일상이었다. 조만간 코로나19는 퇴치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장기적, 포괄적, 심층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전혀 다른 차원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과 마주할지도 모른다. 우리 인류에게는 최소 네 가지 이상의 난제가 주어져 있다. 기후위기, 핵무기, 자원고갈, 불평등. 이 중 어느 하나라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다.
소쩍새 울다/이면우
저 새는 어제의 인연을 못 잊어 우는 거다
아니다, 새들은 새 만남을 위해 운다
우리 이렇게 살다가, 누구 하나 먼저 가면 잊자고
서둘러 잊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아니다 아니다
중년 내외 두런두런 속말 주고 받던 호숫가 외딴 오두막
조팝나무 흰 등 넌지시 조선문 창호지 밝히던 밤
잊는다 소쩍 못 잊는다 소소쩍 문풍지 떨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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