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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비스듬히'/정현종

3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우리들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의 대부분은 직선보다 곡선이다. 그러니 삶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라 말할 수 있다. 삶은 눈을 감고 달리지 않고, 충분히 주변을 살펴보는 일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만남이고, 그것도 '비스듬히' 만나는 것이다. '직선적인' 만남이 아니라, '곡선적인' 만남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술'이다.

그래 나는 술을 못마시거나, 안 마시는 사람하고는 안 만날 생각이다. 누군가 그랬다. "와인 마시기는 나를 직선으로부터 구해주어, 곡선이 되게 하는 일이다."

우대식 시인의 <강이 휘돌아가는 이유>를 좀 공유한다. "강이 휘돌아가는 이유는 굽은 곳에 생명이 깃들기 때문이다/(...)/물에 젖은 생명들은 푸르다/푸른 피를 만들고 푸른 포도주를 만든다/강이 에둘러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것은 강마을에 사는 모든 것들에 대한 깊은 감사때문이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솔직히 '번개'를 치고 싶어도, 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게 우리네 현실이다. 어젠 밤늦게 번개를 맞고 나가, 오랜 지인들을 반갑게 만났다. 술이 거나해지면서, 우리는 매 잔을 '러브샷'으로 마셨다. 그 때 기억한 시이다. 어깨를 어깨에 '비스듬히' 기대며, 나는 내 안에 있는 '어둠'을 없앴다. 서로가 서로를 기댈 때, 평화가 온다고 봅니다. 어제 저녁의 굿뉴스.

'비스듬히'/정현종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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