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정밀하게 독해(close reading)'하려면, 기본적인 문해력 이상의 능력이 필요하다. 누구나 알아보게끔 마음의 양지로 드러나 있는 의미 뿐 아니라 마음의 음지에 숨어 있는 의미까지 포착하려면 남다른 집중력과 훈련된 감식안이 필요하다. '정밀 독해'의 관건은 그런 독해를 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정밀 독해'를 배우고 싶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훈련된 감수성을 가진 독해자를 만나 그와 더불어 상당 기간 동안 함께 사람의 마음을 읽어 가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수성을 열고 단련해야 한다. 처음에 접하고 느꼈던 난감함을 경험해야 그 다음에 좀 더 섬세하게 읽을 수 있는 감수성으로 발전하게 된다. 내 딸은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본다. 왜냐하면 내 딸은 늘 외롭게 혼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딸은 나보다 직접적인 사람들 사이의 관계의 갈등에서 상황 판단이 빠르고, 그 관계 갈등의 분석을 잘 하고, 그 갈등에 대해 명쾌하게 말로 표현한다.
감수성이란 얼어 붙은 것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쉽게 해동(解凍)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의 마음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우는 배움의 과정은 종종 더디고 괴롭다. 상황을 알고 있어도, 숨어 있는 의미를 알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론은 정신 집중이다. "봄날"이 오늘 공유하는 시처럼 가는 아침에, 더 마음을 비우고, 정신을 집중하자고 다짐한다. 삶, 금방 지나간다. 너무 괴로워 하지는 말자.
봄날은 간다/김용택
진달래
염병헌다 시방, 부끄럽지도 않냐 다 큰 것이 살을 다 내놓고 훤헌 대낮에 낮잠을 자다니
연분홍 살빛으로 뒤척이는 저 산골짜기
어지러워라 환장허것네
저 산 아래 내가 쓰러져불겄다 시방
찔레꽃
내가 미쳤지 처음으로 사내 욕심이 났니라
사내 손목을 잡아끌고
초저녁
이슬 달린 풋보릿잎을 파랗게 쓰러뜨렸니라
둥근 달을 보았느니라
달빛 아래 그놈의 찔레꽃, 그 흰빛 때문이었니라
산나리
인자 부끄럴 것이 없니라
쓴내 단내 다 맛보았다
그러나 때로 사내의 따뜻한 살내가 그리워
산나리꽃처럼 이렇게 새빨간 입술도 칠하고
손톱도 청소해서 붉은 매니큐어도 칠했니라
말 마라
그 세월
덧없다
서리
꽃도 잎도 다 졌니라 실가지 끝마다 하얗게 서리꽃은 피었다마는,
내 몸은 시방 시리고 춥다 겁나게 춥다 내 생에 봄날은 다 갔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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