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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익숙해진다는 것/고운기

오늘 아침 강조하고 싶은 건 다음의 세 단어이다., 무기, 무공, 무명.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영어로 I am nothing이다. 내가 이룬 것은 없다. 다 주변 사람들의 덕분이다. 그리고 자신의 명예를 쫓지 않는다. 그냥 오래되고 익숙해진 것들에 감사하며, 때가 되면 바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산다. 오래되고 익숙해진 것들을 묵묵히 바라보다가, 때가 되면 멈추는 것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 속에서 그리고 그렇게 바꾸고 멈추는 것들 속에서 나는 나를  맡기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익숙해진다는 것/고운기
  
오래된 내 바지는 내 엉덩이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칫솔은 내 입안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구두는 내 발가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빗은 내 머리카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귀갓길은 내 발자국 소리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아내는 내 숨소리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바지도 칫솔도 구두도 빗도 익숙해지다 바꾼다
발자국 소리도 숨소리도 익숙해지다 멈춘다
그렇게 바꾸고 멈추는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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