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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저 산수유 꽃/이은봉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은 3월들어 벌써 맞는 첫 번째 토요일이다. 그림 읽기나 무용 읽기처럼, 와인을 한 병 정해 읽는 날이다. 무색의 겨울이 가고, 색이 등장하는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노란 색이다. 오늘 사진처럼, 산수유 꽃이 가장 먼저 출발한다.

미국의 ‘팬톤’이라는 색채연구소가 2021년의 색으로 노랑과 회색을 지정했다."밝은 노랑은 낙관주의, 희망, 긍정을, 회색은 평온함, 안정감, 회복 탄력성을 의미한다는데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터널 끝의 빛’이라고 설명했다. 컴컴한 코로나-19의 길고 긴 터널을 뚫고 나가면 쨍하고 찬란한 태양과 만난다는 의미로 들리면서 평생 고독했던 화가 고흐의 그림 ‘해바라기’, ‘삼나무가 있는 밀밭’, ‘밤의 카페’, ‘별이 빛나는 밤’이 떠올랐다. 고흐는 노랑을 가장 효과적으로 쓴 화가였다. 서울신문의 문소영 논설 실장이 소개한 것이다.

오늘 아침 사진은 어제 해가 넘어가려고 하는 늦은 오후에 동네 공원에서 셀카봉으로 내 팔을 연장하여 가깝게 찍은 산수유 꽃이다. 가까이 사진을 찍으니 이처럼 예쁘다. 그런데 산수유 꽃은 원래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 피었다가 노을이 스러지듯 살짝 종적을 감춘다. 나무가 숨기고 있던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 같다고 소설가 김훈은 묘사한 적이 있다.  산수유 꽃은 멀리서 보아야 노랑색이 뿌옇게 보이며 어른거릴 뿐이다. 그런데 가까이 대고 사진을 찍으니 오늘 사진처럼 예쁘다.

저 산수유 꽃/이은봉

등불 환히 켜 놓고 걷는 하늘길이다
길 끊긴 곳, 빈 공중을 향해 내뿜는
샛노란 물줄기다 절벽 끝까지
몰려와 삐악 거리는 저 병아리 떼

(…)

꽃이여 그만 등불을 꺼라
끝내 네가 되지 못한, 지난겨울의 꿈
산골짜기 시린 물 그늘 속으로
조용조용 스며들고 있다 이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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