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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사랑, 그 낡지 않은 이름에게/김지향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젠 한밭대학교 아트홀에서 푸치니의 <토스카> 공연에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나는 '누리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삶이란 그저 버텨내라고 있는 게 아니라, 누리라고 있는 것이다.

푸치니의 3대 오페라는 <라보엠>, <나비부인> 그리고 <토스카>이다. 난 오페라 <토스카>의 두 아리아를 좋아한다. 아리아는 주인공이 부르는 서정적인 독창이다. 하나는 프리마 돈나(prima donna)가 부르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이고, 다른 하나는 프리모 우오모(primo uomo)의 <별은 빛나건만>이다.

주제가 "그 낡지 않은 이름", 사랑이라, 오늘은 이 시를 공유한다. “방법을 가진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이성복) 그러나 잔인해져야 자기 사랑을 한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사랑하는 상대방도 주인공이 되게 하는 사건이다. 조연으로만 있으면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토스카는 그런 사랑을 했다.

사랑, 그 낡지 않은 이름에게/김지향

그대는
사람들의 이름에 오르내릴 때만
빛나는 이름

사람의 무리가
그대 살을
할퀴고 꼬집고 짓누르고
팔매질을 해도
사람의 손만 낡아질 뿐
그대 이름자 하나
낡지 않음
하고 우리들은 감탄한다

그대가 지나간 자리엔
반드시 자국이 남고
그대가 멈추었던 자리엔
반드시 바람이 불어
기쁘다가 슬프게 패이고
슬프다가 아픔이 여울지는
이름

그 이름이
가슴에서 살 땐
솜사탕으로 녹아 내리지만
가슴을 떠날 땐
예리한 칼날이 된다

그렇지, 그대는
자유주의자 아니 자존주의자이므로
틀 속에 묶이면 자존심이 상하는 자
틀 밖에 놓아두면
보다 더 묶임을 원하는 자

그대를 집어들면
혀가 마르거나
기가 질려 마음이 타버리거나
한다고 우리는 탄복한다

그렇지, 사랑의 이름이
사랑이기 때문
실은 사랑이 슬픔 속에 자라지만
기쁨 속에 자란다고 진술한다
실은 사랑이 아픔 속에 끝나지만
새 기쁨을 싹틔운다고 자술한다

사랑의 끝남은 미움이지만
실은 끝남이 없는 아름다움이라고
사랑은 사랑은 끝없이 자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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