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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녹슨 빛깔 이파리의 알펜로제/라이너 쿤체(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서정 시인)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 받은 류시화 시인이 엮은 <마음챙김의 시>라는 시집을 아침에 펼쳤다. 시인은 책 표지에서 이렇게 질문한다. "마음챙김의 삶을 살고 있는가? 마음놓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그래 오늘 아침의 화두는 '마음챙김'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아침 글쓰기는 이 시집이 소개하는 첫 시를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녹슨 빛깔 이파리의 알펜로제/라이너 쿤체(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서정 시인)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 핀다
자갈 비탈에서도 돌 틈에서도
어떤 눈길을 닿지 않아도

• '눈 속 장미'라고 불리는 '녹슨 빛깔 이파리의 알펜로제'는 알프스 산 수목한계선 부근에서 자라는 철쭉의 일종.

오늘 아침은 우선 시부터 공유했다. 그리고 알펜로제를 찾아보려고, 스마트폰을 켜니, 허경완이라는 분의 담벼락에 "찬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寒露-오늘이 한로이다. 한로에는 추어탕을 먹는다)에 마음 이슬 한 방울"이라며 이런 글을 소개했다. '한 방울의 이슬'을 마시는 마음으로 소개한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나온다는 글을 적어본다.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으되,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다. 털려고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 없으되, 누구의 눈에 들기는 힘들어도  그 눈 밖에 나기는 한 순간이더라.

귀가 얇은 자는 그 입 또한 가랑잎처럼 가볍고, 귀가 두꺼운 자는 그 입 또한 바위처럼 무거운 법. 생각이 깊은 자여! 그대는 남의 말을 내 말처럼 하리라.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하니, 마음이 아름다운 자여! 그대 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라.

나이가 들면서 눈이 침침한 것은 필요 없는 작은 것은 보지 말고, 필요한 큰 것만 보라는 것이며,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필요 없는 작은 말은 듣지 말고, 필요한 큰 말만 들으라는 것이고, 이가 시린 것은 연한 음식만 먹고 소화불량 없게 하려 함이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매사에 조심하고 멀리 가지 말라는 것이지요.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은, 멀리 있어도 나이 든 사람인 것을 알아보게 하기 위한 조물주의 배려랍니다. 정신이 깜박거리는 것은, 살아온 세월을 다 기억하지 말라는 것이고, 지나온 세월을 다 기억하면 아마도 머리가 핑 하고 돌아버릴 거래요. 좋은 기억, 아름다운 추억만 기억하라는 것이랍니다.

바람처럼 다가오는 시간을 선물처럼 받아들이면 된다지요, 가끔 힘들면 한 숨 한 번 쉬고 하늘을 보세요. 멈추면 보이는 것이 참 많습니다."

오늘 아침 사진은 여름 끝 무렵에 백일동안 꽃이 핀다고 해 '목백일홍'이라 하기도 한다. 백일홍이 변해서 배롱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내 어린 시절에는 이 나무를 간지럼 나무라고도 했다. 가지 하나를 간럽히면 나무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최근에 찾는 새로운 사진 찍기 방법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찍은 것이다. 오늘 아침 시의 알펜로제와 비슷하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들이 '가을타는' 것처럼,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던 차에, 정약용 선생님의 글은 정말 한 방울의 이슬이었다.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하니, 마음이 아름다운 자여! 그대 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라." 나의 향은 무엇일까? 오늘 다시 다짐한다.
방법은 깊고 넓은 마음으로 투덜거림이나 푸념 대신 칭찬하며 겸손해 하는 것이다.

오늘 아침의 화두인 '꽃', '향' 그리고 '좋은 사람'이다. 지난 6월에 내 일기장에 이런 글을 적어 두었다. "당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사람들과 어울려라." (오프라 윈프리) 아무나 만나지 말자.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사람이든지, 무엇인가 배울 수 있는 사람을 만나자. 아니면 다 '불가원불가근'이다. 인간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그리고 꾸준히 노력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능력은 자제력이다. 자제력이란 장기보상을 위해서 단기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이다. 이런 자제력이 의지력, 인내력, 버티는 힘, 그릿(절대 포기하지 않는 태도), 성실성, 근면성 등을 이끈다. 자제력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근육을 키워 나가는 것처럼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다. 화장실에 만나는 교훈 같은 이야기이다.

우리는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그리고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존재를 찾으려 한다. 그런 일이 쉽지 않다. 그래 사람들은 반려견을 많이들 가지고 산책을 한다. 그것들을 보면, 우리는 '좋은 사람'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모르기 때문 같다. 나 자신도 반려자가 필요한 데,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능력도 없다. 요즈음은 나의 반려자는 스마트폰이다. 그걸 들고 산책하며 주변의 자연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그리고 글 읽고 쓰며, 산책 후에는 노래하고, 색소폰 부르는 일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일 생각이다. 이젠 남의 일에 간섭하기 보다, 나 자신을 더 되돌아 볼 생각이다. 다른 이의 문제는 내가 도와줄 일만 찾는다. 더 욕심부리지 않는다. 내가 즐기는 나만의 스타일에 한가지 더 보탤 일은 헬스장에서 근육 운동을 하는 것이고, 내 연구실(수오실)에서 원고 정리를 할 생각이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백영옥의 칼럼에서, 그녀는 이효리가 하는 말을 소개했다. 오늘 아침에 만난 또 하나의 이슬방울이다. "막 두리번거릴 때는 없었고 나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니까 오더라. 책도 많이 보고 여행도 다니고 경험도 많이 쌓아서 어떤 게 좋은지 알아야 그런 사람이 나타났을 때 딱 알아보지. 안 그럼 못 알아봐.” 아이유가 묻는 말에 한 대답이라 한다. 멋진 이효리이다. 이젠 좋은 사람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를 기다리기 보다, 우선 나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바꾸려고 노력할 생각이다. 그리고 내 경험에 더 많은 시간을 부여할 생각이다.

이어지는 글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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