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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머지않아 떠날 그 날을 위해/홍윤숙

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10월 5일)

<대장동 스캔들>은 근본적인 질문이 빠졌다. <인문 일기>에서 가급적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하는데, 인문학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너무 많이 나오고, 인문학적으로 사유해야 할 사건이라 보고, 이 사건을 좀 깊게 들여다보았다. 나를 분노하게 하는 것은 이 스캔들이 단군 이래 처음으로 도시 개발 사업 성적표가 공개된 사건이며, 전국을 뜯어보면 이 것보다 더 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을 거라는 점이다.

이 스캔들을 요약하면 이 거다. 거대한 이익의 저수지를 사업 설계자와 한 줌의 민간사업자가 공유한 거다. 사업진행에 따라 '원래' 개발업자는 쫓겨나고, 법조계 언론 기자출신 김*,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이 사업 지분을 차지했다. 재벌과 병원, 영화배우에게서 흘러나온 투자금은 막대한 수익으로 되돌아갔고, 민간사업자 인맥의 언저리에 위치한 정치인과 법조계 인사, 그 가족들이 영문 모를 이득을 봤다. 배운 사람들과 힘 있는 사람들이 여도 야도 따지지 않고 모여 그들만의 축재를 벌였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그러는 사이 아파트를 분양 받을 처지가 안 된 원주민들은 여기저기로 흩어졌다는 거다. 그들은, 스스로 결정하지 않은, 개발이란 이름의 사회적 당위 앞에서 떠나야 했던 거다.

나는 늘 혼자 질문을 한다. 왜 새로운 아파트들을 계속 짓는가?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 선지 오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1인 가구나 늘어나 실질적 주택보급이 넉넉하진 않다고 하나 돈이 부족할 뿐 집이 부족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은 우리 아파트의 수명이 왜 다른 나라에 비해 짧은가? 전문가들에 의하면, 한국 사회는 재개발의 유혹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거다. 우리 동네도 멀쩡한 다세대 주택을 고치기 보다는 뚝하면 부수고 새로 짓는다. 건물 수명이 짧은 것은 재건축 사이클이 빨라질수록 건설사와 거기 투자한 사람들이 부를 축적할 뿐만 아니라, 집주인들 또한 재건축으로 가치가 상승한 부동산을 보유하려는 욕심 때문이라고 본다.

목수정에 의하면, "개발 이익을 차지하는 사람은 소수라는 사실이 비밀이 아니건만 불을 찾아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재개발이라는 종소리가 딸랑거리면, 사람들은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 너도나도 개발 열차에 올라탄다'는 거다. 그의 말을 더 들어 본다. "부동산 개발이라는 지팡이는 휘두르기만 하면 유권자들의 표를 쓸어 담는 마법의 지팡이다." 이걸 외면할 정치인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개발 판이 벌어지면 쓸어 담을 수 있는 일확천금의 기회를 막을 기득권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40년간 어느 정부도, 부동산 망국의 길을 진정시키는 데 기여하지 않았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하나 둘 징검다리를 놓아 오늘의 사태를 만든 공법이다. 많은 정치인들과 기득권이 이 것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적지 않다. 이젠 개발주의를 넘어설 때가 되었다. 오늘 공유하는 시어처럼, "머지 않아 떠날 그 날을 위해". 우리에게 여전히 개발이 필요한가?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야 할 때이다. 국민 모두가 고향을 잃도록 한 개발주의 사회가 저지르는 만행에 대해, 개발 이익을 잘 나눌 생각을 하기 전에 개발주의라는 도그마를 초월할 수는 없을까? 잠깐 살다 가는 게 우리네 삶인데…...


머지않아 떠날 그 날을 위해/홍윤숙

내가 지상을 마지막 떠나는 날은
꽃 피는 춘삼월 어느 아침이거나
만산홍엽으로 물들어 불타오르는
가을 햇빛 속이면 좋겠다.

머리맡에 사랑하는 가족들 둘러앉고
부엌에선 한 생애 손때 묻은 놋 주전자
달달달~ 물 끓는 소리 들리고

그레고리안 성가 한 소절 잔잔히 흐르는 향불
사이사이 슬로~비디오로 돌아가는 한 생애 필름
간간이 끊어지는 흰 벽지 위의 예수님 고상 바라보며
스르르 문풍지에 바람 자듯 잠들면 좋겠다.

마지막 순간까지 묵주 알 손에 쥐고 성모송 외우다
창호지에 저녁 햇살 지워지듯 그렇게 고요히 지워지면 좋겠다.

예수님이 보내신 천사의 손을 잡고
어둡고 긴 묘지의 터널을 지나
먼 산과 들을 건너 비로소 열리는 광활한 빛의 나라
애증도 이별도 생사고락도 다시는 없는 나라
주님 홀로 지키시는 천국의 문으로 들어가면 좋겠다.

세상의 덧없는 것들 부귀영화 허영 따위 허물처럼 벗어 놓고
영원히 불변하는 혼 하나로 아버지의 집으로 가야한다.
한 생애 무거운 빛 죽음으로 청산하면
새로 떠날 영원의 나그네길 가벼우리라
그 길 함께 동행 하실 분이 계시니
더욱 천상의 여로는 따뜻하리라

머지않아 떠날 천국의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오늘도 나의 지상의 삶은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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