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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전화/마종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으로 김누리 교수의 책 이야기는 마친다. 역시 불편한 우리 사회의 진실이다. 이 모든 것은 교육문법이 잘 못된 것 때문이다. 교육은 학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학습을 통해 인지적 성장을 견인하며, 진로준비와 사회적 소양 함양을 통해 어엿한 직업인 및 민주적 시민을 키워내는 것이다.

이젠 우리도 존엄한 인간을 기르는 교육,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키우는 교육을 할 때이다. 존엄이란 프랑스어 라 디니떼 (la dignite), 영어로 디그니티(dignity)라 하는 데, 이 말의 뜻은  한 개인은 가치가 있고, 존중 받고 윤리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반면 우리 교육은 능력 우선주의이다. 김누리 교수는 이를 '능력주의(meritocracy)'라 했다. 이를 '존엄주의(dignocracy)' 교육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존엄한 인간을 기르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수월성 교육에서 존엄성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독일처럼 경쟁 교육을 완화하거나 없애야 한다. 김누리 교수는 '경쟁교육은 야만'이라고 자주 말했다. 경쟁 없는 교육이 성숙한 시민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지난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교육 문제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교육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거나, 사회적 정의가 유리되며, 학벌계급사회가 고착화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살인적인 경쟁교육 때문에 아이들이 기형화되고, 우리의 삶이 황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나라가 된 데는 역사적, 사회적 이유가 다음과 같이 있다고 김누리 교수는 주장한다.
• 정신사적인 이유: 일제 시대를 풍미하던 사회적 다위니즘(생물계에서 발견되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인간사회도 지배하기 때문에 우수한 자가 열등한 자를 정복한다는 이 생각은 바본주의 사회에 고유한 불평등 및 전쟁과 식민지 정복을 합리화 하려는 동기에서 생겨나게 된다.) 사상이 해방 후 미국식 자유시장주의 이데올로기와 결합하면서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경쟁절대주의가 탄생한 것이다.
• 불평등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불평등은 세계 최고 강도의 경쟁을 초래했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경쟁이 심한 법이다.
• 전통적 지배질서(establishment)가 붕괴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식민지 지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지극히 평범 지향적인 사회가 생겨났지만, 이 평등의 들판에서 학벌이라는 괴물이 새로운 신분적 대체물이 됨에 따라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학벌계급사회가 탄생한 것이다.

오늘 아침 사진은 우리 동네에 어떤 한 분이 이런 식으로 소나무 사다 심는다. 산책 길에 찍었다. 소나무는 디스니티(존엄, dignity)가 있다. 어디서든지 이런 존엄을 유지하고 싶다. 아침 시는 마종기 시인의 것을 공유한다. 이렇게 전화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공유한다. 어제와 그제는 멋진 사람을 만나, 주님과 흠뻑 빠져 보냈다. 참 내일은 알 수 없다.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우리 관계의 폭과 깊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화/마종기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 방의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맑은 전화 소리가
당신 방을 완전히 채울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출에서 돌아와 문을 열 때,
내가 이 구석에서 보낸 모든 전화소리가 당신에게 쏟아져서
그 입술 근처나 가슴 근처에서 비벼 대고
은근한 소리의 눈으로 당신을 밤새 지켜볼 수 있도록,
다시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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