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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여름/권오삼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은 토요일, 약속대로 와인이야기를 하는 날이다. 오늘 아침 사진은 지난 주에 와인을 마시다가 찍은 것이다. 라벨에 붙은 투명하고 예뿐 북ㄹ은 점이 흘러내린 와인 한 방울이다. 너무 아름다워 가까에 카메라를 대고 찍은 것이다. 천장의 조명으로 그림자가 길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와인은 포도의 껍질에 자생하는 효모(yeast)가 포도 속의 포도당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 화학적 과정(발효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다시 말하면 신선한 포도의 과즙을 발효시켜 얻어내는 과실주이다. 발효에는 21°C~28°C의 온도가 주어져야 한다. 와인을 양조하는데 쓰이는 효모에는 포도껍질에 자생하는 자연적 효모와 양조장에서 배양한 효모가 있다. 포도가 익을 때 비가 많거나 날씨가 고르지 못해 자생 효모가 넉넉하지 못하다고 판단될 때는 양조장에서 인공적으로 배양한 효모를 넣어 양조의 실패를 막는다.

포도는 발효과정을 거치면 포도의 맛은 달라지지만 유기산, 무기질, 비타민 등 포도가 가진 영양분은 그대로 살아있다. 또한 와인은 다른 술과는 달리 제조 과정에서 전혀 물이 첨가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와인의 성분을 분석하면 수분이 85%정도로 대부분이고 알코올이 9%~13%이며 나머지는 당분, 비타민, 유기산, 각종 미네랄, 폴리페놀(페놀 물질이 여러 개 결합된 것) 등으로 구성돼 있다.

와인에 함유되어 있는 물(수분)은 모두 포도나무 뿌리가 지하에서 빨아올린 것이다. 포도 알은 무균의 순수한 물을 저장하는 일종의 물탱크라 할 수 있다. 만일 물에 균이 들어 있다면 포도 알은 썩기 마련이다. 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신선한 물을 저장한 포도를 사용해 만든 것이다. 그래 일본에서 나온 와인 만화책 이름이 <신의 물방울>이다. 이건 일본 작가 아기 타다시가 스토리를 쓰고 오키모토 슈가 그림을 그린 만화 작품이다. 일본에서는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왜? 와인을 <신의 물방울>이라고 할까? 오늘 아침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을끼?

잠깐 만화 이야기를 좀 한다. 와인 만화 책인 <신의 물방울>은  2005년 첫 발매돼 지금까지 한국에서 300만 부, 전 세계에서 1500만 부가 팔렸다. <신의 물방울을 쓴 작가는 남매이다. 누나 이름 기바야시 유코이고, 동생 이름이 기바야시 신이다. 이들은 “평소처럼 와인을 마시다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만화로 만들고 싶다는 우연하고 강렬한 느낌이 계기가 돼 신의 물방울을 썼다”고 한다. <신의 물방울>은 2014년 44권으로 완결됐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간자키 유타카가 사망하기 직전 남긴 묘사를 근거로 그의 두 아들이 ‘12사도’로 불리는 12병의 와인과 신의 물방울로 불리는 최후의 와인 한 병을 찾는 과정을 그렸다. 최후의 한 병을 알려주지 않은 채 끝났다. 아기 다다시는 남매의 필명 중 하나다. 아마기 세이마루, 안도 유마 등 여러 필명을 쓴다. 이들은 일본 최대 출판사 고단샤의 간판 만화 작가로 <소년탐정 김전일> <탐정학원Q> 등을 썼다.

<신의 물방울>은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칸자키 유타카의 시가 20억 엔(약 200억 원)이 넘는 와인 컬렉션 상속권을 둘러싸고 맥주회사 영업사원인 아들 칸자키 시즈쿠, 그리고 유타카의 제자이자 양아들인 와인 평론가 토미네 잇세가 벌이는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유타카가 고른 12병의 와인과 ‘신의 물방울’이라 불리는 궁극의 와인을 찾아내기 위한 두 라이벌의 여정을 담았다.

신의 물방울을 쓴 후 두 사람의 삶도 완전히 바뀌었다. 이들은 하루 80~90종의 와인을 시음할 때가 있고, 연간으로는 1000~2000병 가까이 마신다. 기바야시 신은 “와인은 한 장의 그림”이라고 했다. 그는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라며 “소믈리에가 그림 기법을 분석하듯 품종, 토양, 기후 등을 따져 마신다면 우리는 그림 한 장이 주는 느낌과 인상, 즉 직관대로 와인을 감상할 수 있다”고 했다.

라벨에 붙은 와인 한 방울이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 책 이야기로 이어졌다. 위의 사진에 나오는 와인 이야기는 시를 한 편 감상하고 이어진다. 장마가 지긋지긋하다. 남부 지역은 홍수로 많은 이재민을 양산하는 것 같다. 나는 나의 만트라로 달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는 의미에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나의 만트라이다. "감 쩨 야하보르." "This shall too pass away."

'만트라'는 산스크리트어로, '만'은 '마음'을 의미하고, '트라'는 '도구'이다. 만트라를 말 그대로 하면, '마음 도구'이다. 특정한 음절이나 단어, 문장을 반복하면 강력한 파동이 생겨 마음이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만트라는 나를 정신차리게 만드는 경종이다. 부패와 발효는 똑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어떤 미생물이 작용하는가에 따라 해로운 변화와 이로운 변화로 나뉘듯이, 어떤 문장이나 단어는 무의식 속에서 정신을 부패 시키고, 어떤 단어와 문장은 기도처럼 마음에 희망과 의지를 발효시킨다. 이게 '만트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시 처럼. 여름다운 여름이 왔으면 한다.

여름/권오삼

해는 활활
매미는 맴맴
참새는 짹짹
까치는 깍깍
나뭇잎은 팔랑팔랑
개미는 뻘뻘

모두모두 바쁜데
구름만 느릿느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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