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사람들은 '리셋 코리아(reset korea)'를 말하며, 대학도 많은 고민을 하는 것 같다. 나는 리셋보다 리부트란 말을 좋아한다. 모든 것이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reset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축적이 승계되는 reboot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슬기로운 대책들이 논의되어야 한다. 요즈음 여기 저기서 다 '슬기로운' 말을 사용한다. 내 성악 레슨 선생님 이름이 슬기이다. 슬기는 드라마 <슬기로운 감방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그래 사람들은 아무데나 "슬기로운 ~~"을 사용한다. 슬기는 사전에서 '사리를 바르게 판단하고 일을 잘 처리해 내는 재능'으로 뜻을 설명한다. 비슷한 말로 '재치', '현명'이 쓰인다. 나는 '슬기로워야 한다'는 말이 좋다. 그냥 하지 말라는 말보다, 슬기롭게 판단하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선 생로병사의 최전선인 병원(‘슬기로운 의사생활’)과 생소하고 막막한 교도소(‘슬기로운 감방생활’)도 서로 협력해 슬기롭게 생활한다면 살 만한 곳이 되었는데 과연 우리의 미래 사회도 슬기로워질 수 있을까? 코로나-19의 충격은 우리의 미래에 대한 위기의 순간을 앞당겼다. 그래 우리는 다시 정확한 방향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갖고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성급한 해답보단 좋은 질문들을 나누며 미래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
위기의 시기에 전환의 주체로 거듭나려면 우리 삶과 연결된 주위를 세심히 관찰·공유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을 봐야 한다. 의례적인 답을 내놓기보다, 좋은 질문으로 함께 고민하는 공동체를 만들 준비를 해야 한다. 계속되는 장마 속에서, 모두들 지쳐 있는데, 나는 <우리마을대학>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실제적으로 하나씩 실천에 옮기고 있다.
배철현 선생은 <창세기> 1장 1절의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를 "처음이라는 순간을 통해 신이 혼돈 상태의 우주에서 쓸데 없는 것들을 처내기 시작했다"로 바꾸었다. 여기서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은 '처음'과 '처내기 시작했다'란 말이다.
카오스(혼돈)에서 코스모스(질서)로, '없음'에서 '있음'으로의 질적인 변화는 '처음'이라는 특별한 순간을 통해 가능하다. 여기서 '처음'이란 이전과 질적으로 전혀 다른 상태로 진입하기 위한 '경계의 찰나'이다. 습관처럼 흘러가던 이전의 양적인 시간과 달리 충격적이고도 압도적이어서 전율하게 하는 질적인 시간이고, 동시에 문지방, 현관이다. 현자가 가물가물하다는 말이다. 그래 아직은 손에 뭔가 잡히지 않지만, 가물가물하게 뭔가 보인다.
그리고 흔히 우리가 번역하는 '창조하다'의 히브리어가 '바라(bara)"라고 한다. 이 말의 뜻이 "빵이나 고기의 쓸데 없는 부위를 칼로 잘라내다'라고 한다. 그러니까 '창조하다'의 의미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 요리사나 사제가 신에게 제사를 드리기 위해 재물의 쓸데 없는 것을 과감하게 제거해 신이 원하는 제물을 만드는 것처럼, 창조란 자신의 삶에 있어서 핵심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개인적으로 이 과정은 자신의 삶의 깊은 관조를 통해 부수적인 것, 쓸데 없는 것, 남의 눈치, 체면을 제거하는 거룩한 행위가 된다.
그 속에서 의미가 나온다. 의미는 한 인간이 오늘이라는 시간을 허락 받아 마쳐야 할 고유한 임무이며, 그 임무의 완수를 간절히 원하며 자발적인 헌신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아는 사람은 건강하며 슬기롭다. 그래 나는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밤"이다.
밤/김동명
밤은
푸른 안개에 싸인 호수
나는
잠의 쪽배를 타고 꿈을 낚는 어부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김동명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랑/ 안도현 (0) | 2022.08.04 |
|---|---|
| 죽은 자를 위한 기도/남진우 (0) | 2022.08.04 |
| 일을 이루고도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다. (0) | 2022.08.03 |
| 그러면/김용택 (0) | 2022.08.03 |
| 목백일홍/김종길 (0) | 2022.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