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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파문/권혁웅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문제는 ‘꼰대’를 탈출시키는 좋은 매너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좋은 매너는 한순간에 습관화되지 않으므로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도록 평소에 꾸준한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이 말을 나는 좋아한다. "만일 당신이 어떤 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그 아픔은 그 일자체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당신의 생각에서 옵니다. 당신은 당장 그것을 무효화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힘이 무엇일까? 나는 첫번째로 '인내(忍耐)'라고 생각한다. 인내는 다른 이들이 도달할 수 없는 소중한 경지에 들어설 수 있는 비결은 어려움과 성가심을 덤덤하게 수용하도록 만드는 사랑이고, 그 사랑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다. 인내와 사랑은 하나이다. 사랑하니까 인내하고, 인내하다 보면 그 사랑이 더 깊어진다. 인내는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하는 최고의 덕목이다. 인내로 자신의 한계를 확장 시킴으로써 처음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지경으로 인도하는 마술 지팡이이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힘은 자신이 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길가의 꽃들은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며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그 이유는 아마도 스스로에게 몰입해 있기 때문 같다. 꽃들은 긴 장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에게 몰입해 있다가 틈만 나면 저나마 나름대로 뽐낸다. 나도, 꽃처럼, 나의 소임을 찾아서 할 일은 하나이다.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몰입하는 것. 그것 만이 우리에게 인내를 선물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인내는 내가 몰입한 나의 소임을 더 깊이 사랑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그런 다짐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장마로 마음은 젖은 걸레처럼 너덜너덜하다. 그러다 오늘 공유하는 시를 만났다. "파문", 젖은 마음에는 파문이 일지 않는다. 파문은 서로 다른 두 개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수면에 이는 물결이라는 뜻으로 한문으로 이렇게 쓴다. 波紋. 또 하나는 주로 유대교나 그리스도교에서 신자를 교회에서 제외, 추방하고, 여러 가지 징벌을 가하는 것으로 한문으로 이렇게 쓴다. 破門, 문을 부수는 것이다. 영어로는 Excommunication이라고 하며, 문자대로 '교류를 끊는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의 파문은 첫 번째 의미의 "파문"이다.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 젖은 걸레 같은 내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고 싶은 아침이다. 그래 오후는 친구들과 땀을 흘리는 운동을 좀 할 생각이다. 그건 순전히 비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장맛비, 그건 그래도 참겠는 데, 너무 검게 드리운 구름이 덥힌 하늘이 마음을 축축하게 한다. 그러나 오늘 아침 사진처럼 연못 앞에 서서,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사이에 촘촘히 꽂히는/저 부재에 주파수를 맞추"어 보았던 전주에서 찍은 것이다. 그 파문에서 다시 사랑이 일어난다. 그 사랑으로 인내하는 하루를 보내리라. 아침부터 굵게 내리는 비에게 투덜거리지 않으리라.

파문/권혁웅

오래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었을 것인데
그 사람은 당신과 늘 반대편 세상이 젖었을 것인데
이제 빗살이 당신과 그 사람 사이에
어떤 간격을 만들어 놓았는지 궁금하다면
어느 집 처마 아래 서보라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사이에 촘촘히 꽂히는
저 부재에 주파수를 맞춰보라
그러면 당신은 오래된 라디오처럼 잡음이 많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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