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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네가 있어/나태주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인문 운동가는 인문치료사가 아니다. 인문 운동가는 사람들을 계몽할 대상으로 보거나 고급 교양 교육과 사교의 장을 만드는 데 관여하지 않는다. 필링(peeling)하는 인문 운동가가 되고 싶다. 한 동안 우리 사회를 달구고, 지금도 이야기도 있는 힐링(healing) 인문학은 절망의 인문학이다. 한국 방송대 유범상 교수가 쓴 『필링의 인문학』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갖게 된 생각이다.

고달픈 현실을 힐링하며 더 높은 생산성을 위해 영감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현실을 필링하는 말(馬)에 들러 붙은 '등에(쇠파리, gadfly)'가 되어 새로운 상상의 '산파(産婆)'가 되고 싶은 것이다. 인문운동가는 현실에 천착(穿鑿, 어떤 원인이나 내용 따위를 따지고 파고들어 알려고 하거나 연구함)해 있지만, 어는 편에 서서 통치나 저항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등에'처럼 모든 권력을 문제 삼아 비판하는 가운데 새로운 상상을 하는 통로이며, 통로를 만드는 '산파'라고 보기 때문이다.

'산파'는 아이를 낳을 때에, 아이를 받고 산모를 도와주는 일을 직업으로 하던 여자를 말한다. 그러나 어떤 일을 실현하기 위해서 잘 주선하여 이루어지도록 힘쓰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말한다. 네이버가 정의를 내린 것이다.

'등에'라는 말은 소크라테스는 자신에 대한 재판에서 변론할 때 나온 말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저는 신(神)이 이 나라에 달라붙게 한 자입니다. 마치 몸집이 크고 혈통은 좋지만 그 큰 몸집 때문에 좀 둔한 말(馬)을 깨어 있게 하려면 등에가 필요한 것처럼 말입니다. 신은 저를 이 등에처럼 이 나라에 달라붙어 있게 하여, 여러분을 깨우치고, 온종일 어디나 따라가서 곁에 달라붙어 설득하고 비판하기를 그치지 않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민들을 만나 소나 말의 등에 착 달라붙는 '등에'처럼  끊임없이 묻고 비판하면서 물어뜯었다. 우리는 이 소크라테스를 포함 고대 그리스 정신에서 인문학의 원형을 본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서 '그리스 정신'과 함께 인문학 원형을 살펴 본 다음, 본격적으로 인문운동가로서 "필링 인문학"을 펼쳐 보일 생각이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나태주 시인의 시들을 보면, 모든 것이 긍정이다. 내일 아침은 소크라테스를 만날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당시 젊은이들에게 "숙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고 말했다.  

네가 있어/나태주

바람 부는 이 세상
네가 있어 나는 끝까지
흔들리는 않는 나무가 된다

서로 찡그리며 사는 이 세상
네가 있어 나는 돌아 앉아
혼자서도 웃음 짓는 사람이 된다

고맙다
기쁘다
힘든 날에도 끝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 비록 헤어져
오래 멀리 살지라도
너도 그러기를 바란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_시하나 #나태주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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