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늦은 가을에서 겨울이 어울리는 와인 <아마로네(Amarone)> 이야기를 한다. 계절과 맞지 않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이탈리아의 베네또(Venetto) 지역 와인 여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 이미 자세하게 살펴보았던 것처럼, <로미와와 줄리엣>의 무대였던 베로나 시(市)가 자리한 베네또 지역에서 생산되는 <아마로네>의 정식 이름은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Amarone della Valpolicella)>이다. '와인 저장고가 많은 계곡'이라는 뜻의 마을 이름 '발폴리첼라에서 온 아마로네'라는 뜻이다. 아마로네는 이탈리어 '쓰다(amare)'는 의미이다. 아마로네는 스위트한 레치오또(Recioto)에서 나온 것이다. 레치오또는 달콤한 맛을 내기 위해, 포도를 발효시키는 중에 일정 단계에서 중단시키는데, 한 번은 실수로 발효를 중단시키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한다. 맛을 보니, 완전 발효돼서 단맛은 없어졌고, 쓴맛과 알코올 향이 강하게 남았다. 그래서 아마로네라 불렸지만, 사람들은 그 진하고 강한 맛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품질 개량 과정을 거쳐 지금은 아마로네가 베네또 지역의 가장 인기 와인이 되었다.
발폴리첼라 지역에서는 일반 레드 와인인 발폴리첼라, 스위트 레드 와인인 레치오또(Recioto)와 아마로네 등 3종이 잘 알려져 있다. 아마로네는 아빠씨멘토(apassimento)라는 제조 기법으로 만들어진다. 맛과 향이 일반 와인과 다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풀-다디하며 강한 맛을 낸다. 아빠시멘토는 '말리는', '시든'이라는 뜻이다. 우선 9월에 수확한 포도를 처ㅣ상 포도송이로만 골라 알갱이가 반 정도 줄어들 때까지 3-4개월 대나무로 엮은 발 위에 말린다. 곰팡이 방지를 위해 송풍이 잘 되도록 하면서 말리면 수분이 40% 정도 감소하고 당도는 증가하게 된다. 1월에 줄기를 제거하고 한 달간 발효시키고서 프랑스산 오크 통에서 24개월 숙성 시킨다. 사용하는 포도품종은 토르비나(Corvina), 론디넬라(Rondinella), 몰리나라(Molinara)는 이 지방에서만 재배되는 품종으로, 코르비나는 향기로운 과일향을, 론디넬라는 짙은 색깔을, 몰리나라는 적당한 산도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긱 제조사, 빈티지별로 블렌딩 비율은 각기 다르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마로네의 알코올 도수는 14-17%로 높다.
이렇게 만든 아마로네는 진한 색상, 깊은 탄닌, 농축된 과일 풍미를 가진 풀 바디의 힘이 가득한 와인이다. 직접적인 단 맛이 없더라도 높은 알코올과 글리세롤 덕분에 단 맛을 느낀다. 길고 까다로운 과정 끝에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로네가 값이 비싼 이유다. '신선하고 세련되다'라기 보다 '고전적이고 화려하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아마로네는 일반적으로 체리, , 무화과, 블랙체리, 초콜렛 향이 풍부하다. 잘 만든 아마로네는 포트 와인 처럼 농축미와 탄탄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각종 기름진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린다.
아마로네를 잘 만드는 대표적인 생산자는 토마시(Tommasi), 알레그리니(Allegrini), 마씨(Massi) 등이 있는데, 이 중에 토마시는 1902년부터 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오늘은 토마시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끌라시꼬(Tommasi Amarone Della Valpolicella Classico) 2012> 읽기를 한다.
(1) 지역: 이탈리아 > 베네토 > 발폴리첼라
(2) 포도품종: 꼬르비나 50%, 론디넬라 30%, 꼬르비노네 15%, 오셀레타 5%
(3) 알코올: 15,5%
(4) 등급:DOCG
(5) 용량: 750ml
(6) 시음적정온도: 15-18℃
'쓰다'라는 의미를 가진 아마로네, 이 와인의 맛은 처음에는 약간 달콤하고, 뒷맛은 씁쓸함이 돈다. 그래 사람들은 단맛과 쓴맛이 적절히 공존하는 이 와인이 사랑과 슬픔, 행복과 고통으로 이뤄진 우리의 인생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에는 달콤한 사랑을 즐기지만 결국 남자와 여자 주인공이 모두 죽어 비극으로 막을 내리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과도 닮았다. 이탈리아의 4대 와인 안에 들어간다. 그 4대 와인은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부르넬로 디 먼탈치노 그리고 아마로네이다.
이 와인은 버터에 구운 스테이크나 잘 숙성된 치즈 등과 함께 마시면 따뜻하고 잘 익은 과일의 농밀함을 즐길 수 있다. 아마로네는 빈티지(포도를 수확해)부터 출시까지 약 4-5년 가까이 걸리는 걸 감안하면 빈티지부터 10년이 경과해야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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