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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하루살이/채정미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주말농장 가는 길의 아스팔트 가장자리에 여리게 피어 있는 이 풀꽃은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태연자약(泰然自若) 하다. 이 꽃은 스스로에게 몰입(沒入)하여 만족하고 있다. 누구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고 초연(超然)하다. 자신의 운명을 자신에게 할당된 땅의 한 구석에 뿌리를 내려, 자연이 주는 공기, 햇빛 그리고 이슬로 떳떳하게 자기 변화를 하고, 핀 것이다. 이 꽃은 그저 핀 것이다. 이 꽃은 자신이 아름다운지 모른다. 왜 피었냐고 물으면 답이 없다. 그런 실없는 질문을 받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란 시간의 흐름에 알맞게 자신에게 몰입할 때 슬그머니 나오는 아우라이기 때문이다. 배철현 교수의 표현이다.

세상의 모든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며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그 이유는 스스로에게 몰입해 있기 때문이다. 꽃들은 천재지변이 있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에게 몰입한다. (# 아랑곳하다: 일에 나서서 참견하거나 관심을 두다.) 길에 핀, 그 꽃에게 말해본다. 풀꽃처럼, 사람의 진실된 마음은 통하는 법이다. 몰입하며 진심을 다하는 사람의 행동과 말에는 그 진심에 감동하고 감사하는 누군가가 반드시 존재한다. 그런 일상의 작은 감동과 고마움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눈 앞의 이익이 없더라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감동하고 감사해 하면, 일상에 기적이 발생한다.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반드시 돈이 많아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마음 속에 깃든 타인에 대한 배려, 여유롭고 풍요로운 정신적 삶이다. 그 때, 사람이 꽃이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다른 이를 대접하라."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황금률이다. 누군가의 작은 친절과 세심한 배려는 나를 더 따뜻하게 해준다. 길에서 만난 풀꽃처럼, 작은 친절과 배려는 생활의 텃밭 속에서 피어나는 이름없는 작은 꽃들로 채워진 고급스런 삶이다. 꽃에게 말해 본다. 나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남들보다 더 똑똑하거나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지금 있는 이 곳에서 느리게, 편안하게, 천천히 생을 만끽하며 그냥 시시하게 살고 싶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의 "하루살이"처럼, 꽃이 찬란한 것은 늙지 않기 때문이다. 필 때 다 써 버리기 때문이다. 꽃의 피 속에는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고, 말과 분별이 없기 때문이다. 눈부신 것들이 불러일으키는 찬란한 착란(錯亂)이다. '나의 노년은 피어나는 꽃입니다. 몸은 이지러지고 있지만 마음은 차오르고 있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문장이다. 늘, 지금을 탕진하는 것들은 황홀한 자태를 내뿜는다. 태양이 저물 때도 황홀한 이유다. "하루살이"도 그렇다.

하루살이/채정미

하루면 어때
오늘은
내 생의 맨 첫날이자 마지막 날
열심히 잘 놀았다
열심히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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