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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6월의 시/김남조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벌써 6월이다. 영어로 유월을 'June'이라 한다. 이 어원은 그리스 신화의 헤라 여신이 로마로 가면서 이름이 Juno(유노)로 바뀌면서 나온 것으로 본다. 헤라는 신화 속에서 결혼과 가정의 보호 신이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6월에 결혼을 많이 한다. 심지어 이런 말도 한다. "6월의 신부는 행복하다." 헤라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라 한다. 10월'은 '십월'이 아니라, '시월'이라 하는 것처럼, '6월'도 '유월'이 아니라, '유월'이라 한다.

우리는 인문학을 영어로 liberal arts라고 한다. 이걸 말 그대로 번역하면 "자유기술"이다. 그러니까 인문학이란 '자유를 위한 기술을 익히는 학문'이다. 최종 목적지는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자유인으로 자유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스 사회는 자유인과 노예로 이루어진 사회였다. 이 사회에서 자유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하루하루 습관적으로 살아가는 노예와 다른 품성(덕, 德)이 요구되었다. 이를 위한 기술들을 살펴보면, 우선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자유인이 아니다. 그 다음은 세계를 비판적으로, 그리고 분석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주어진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드리며 살아가는 것은 노예의 삶이다. 그 다음은 자신의 생각을 똑바로 말하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자 하면 말이나 글을 정확하게 사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인문학은 우리를 자유인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제공한다. 그러니까 인문학을 한다는 것은 책이나, 인문학 강의를 들을 때, 생각하며, 그리고 비판하며 읽거나 들어야 한다. 또한 자유인, 곧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품고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들어야 한다.

자유인과 노예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튀지 말고 나서지 말고 무리 속에 묻혀서 무난하게 지내도록 교육받고 있다. 이게 심하게 이야기 하면 노예적 삶이다. 이들은 자유인적 삶을 두려워 한다. 복학한 학생들이 이렇게 말한다. "차라리 군대 있을 때가 더 좋았다." 제대한 후, 자유가 너무 많이 주어지니까 더 괴롭다는 것이다. 옷을 입는 것도 그렇다. 프랑스에서 가장 싫어하는 직업이 경찰, 군인, 성직자이다. 이유는 제복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 대로 옷을 입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에릭 프롬의 "자유로부터 도피"가 이해된다. 그래서인지 우리 사회는 자유인을 위한 인문학적 소양보다는 노예적 삶을 위한 기술과 테크닉에 관심이 많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드물다. 알량한 인문적 지식을 습득하여 암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좋은 글"을 읽는다고 인문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인문학을 통해 인문정신을 배워야 한다. 6월은 이런 생각으로 시작한다. 좀 더 자유롭고 싶다.

6월의 시/김남조

어쩌면 미소 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정한 하늘이
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 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닷간 가도 싶고
은 물결 금 물결의
강물인가도 싶고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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