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사실 아프다. 살아 있는 모든 사람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상처를 하나씩 다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서로에게 친절해야 하는 이유이다.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여행하고 있으니까, 함부로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 류시화 시인의 말이다.
나는 인사를 할 때 얼마나 일이 많고, 얼마나 벌고, 얼마나 넉넉한 가를 묻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잘 못산다고 하면, 가난한 것으로 이해한다. 잘 사는 것이 돈이 많은 것만은 아니다. 그러니까 사람을 만나 인사할 때, 너의 영혼은 살아있는가? 또는 너의 가슴은 기쁨으로 충만한가? 이런 것들을 묻는 것이다. 이 말을 인도어로 "카 할 헤?"라고 한다. 여기서 '할'이 상태를 의미하지만, 본래는 현재 가슴의 상태를 가리킨다. 세상과 다른 이들을 사랑하고 있는가?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사실 아프다. 그런데 고통은 한계를 넘을 때 스스로 치유제가 된다. 우리가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이 아니라, 신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세상의 슬픔은 얼마나 많은가! 내 슬픔은 얼마나 작은가!" 다른 이의 슬픔을 알고 나면, 나의 슬픔이 작게 느껴진다. 누구든지 고난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알 때, 우리는 자신의 행복과 불행에 크게 동요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태풍이 멈췄는데도 계속 흔들리는 나무처럼 된다.
류시인이 이런 우화를 소개했다. 신이 "그대들 각자가 겪은 불행한 일들을 보자기에 싸서 사원 마당으로 가지고 오라"고 했더니, 모두 큰 보자기를 어깨에 지고 왔다. 그러자 신은 "그대들의 보자기를 모두 펼쳐 놓으라" 했다. 그러자, 다시 "각자 원하는 보자기를 선택하라" 했더니, 모두가 자신의 보자기를 행해 달려갔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삶에 고통이 있는지 알 수 없으며, 적어도 자신의 불행에는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후 사람들은 불평하는 기도를 멈추었다 한다.
어제 저녁은 내 모든 형제가 함께 식사를 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제일 큰 누나가 82세이고, 막내의 딸이 올 11월 결혼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형제는 한 명도 이 세상을 떠나지 않고 살아 있다.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즐거웠지만, 흘러간 세월이 안타까웠다.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지나간 길이 아니라, 지금 다가오는 길이다. 이젠 과거를 잊고, 지금_여기서 각자 행복했으면 한다. 우리가 전체 그림을 보고, 전체 이야기를 알게 되면, 지금 우리를 힘들게 하며 막힌 길이 언젠가는 선물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게 삶의 비밀이다. 어떤 일이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알겠는가?
길이 막힌다면, 내면에서 그 길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삶이 때로 우리의 계획과 다른 길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길이 우리 가슴이 원하는 길이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으나 가슴은 안다. 난 가슴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 살고 있다. 파도는 그냥 치지 않는다. 어떤 파도는 축복이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의 "소금인형"은 바다를 너무 사랑해서 바다를 이해하려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연거푸 파도에 휩쓸려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원래 자신이 누군지도 잊고 바다가 되었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 아닌가? 살다가 그냥 무(無, nothing)이 되는 게 인생 아닌가? 너무 힘들어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냥 세상에 나를 내 맡길 테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 생각하면, 모든 일이 풀린다. "소금인형처럼/흔적도 없이/녹아 버리면" 된다. 그게 예수님이 늘 말씀하시는 '사랑'이다.
소금인형/류시화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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