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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포기하는 즐거움, 얻는 자유

나이가 들면 지혜로워진다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신을 비우고 성찰하지 못하는 노년은 추하고 고독하다. (현기영의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 참고)

포기하는 즐거움, 얻는 자유: 너무 아등바등 매달리지 않고 흔쾌히 포기해 버리는 것, 욕망의 크기를 대폭 줄이는 것이다. 포기하는 대신 얻는 것은 자유이다. '활활 타오르던 장작불이 잦아들어 잉걸불이 되었을 때 조용히, 침착하게 은근히 사위어가는' 노년의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다. 비워야만.
조심해야 한다. 나이 든 분들이 자기 직관과 경험을 과신하면서 편협해지는 경우가 많다. 요즈음 노인들의 정치적 완고함과 맹목성을 봐라. 무지가 죄라는 말이 있다. 이 무지보다 더 무서운 것이 완강하게 무지를 고수하려는 사람들,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무섭다. 알게되면 자기 신념이 손상될까봐 그러는 것인지? 예컨대, "재네 종북들인데, 왜 아니라고 하지?"하면서 누구 말을 들으려고도 안하고, 책이나 기사를 읽으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들, 그게 막지이다. 아는 것을 금하는 것이다. 압축성장기를 거쳐온 우리 사회 70,80대들은 책을 잘 안 읽기 때문이다.

나이 먹을수록 욕망과 권력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지 못하면, 노여움만 쌓인다.

인생이란 앞 강물, 뒷 강물하면서 흘러가다가 하구에 이르면 바다로 빠지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난 바다로 안 갈래"하면서 버티면, 그게[ 웅덩이가 돼서 고이고 썩는 것이다. 그러면 노년이 추하다. 자연스럽게 강물따라 흘러가 버린면 된다. 그래서 나이들면 자연과 잘 어울려야 한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그렇게 너나없이 흙으로 돌아간다. 그때까지 주어진 길을 꿋꿋이 헤쳐나갈 뿐, 누구라도 흐르는 강물을 거스르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