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김효근
조그만 산길에 흰눈이 곱게 쌓이면...
내 작은 발자욱을 영원히 남기고 싶소
내 작은 마음이 하얗게 물들 때까지
새하얀 산길을 헤매이고 싶소.
외로운 겨울새 소리 멀리서 들려오면
내 공상에 파문이 일어 갈길을 잊어버리오
가슴에 새겨보리라 순결한 님의 목소리
바람결에 실려오는가 흰눈되어 온다오.
저 멀리 숲 사이로 내마음 달려가나
아 겨울새 보이지 않고 흰 여운만 남아있다오
눈감고 들어보리라 끝없는 님의 노래여
나 어느새 흰눈 되어 산길 걸어간다오.
어제는 대전문화연대 걷기모임의 대청호 500리 길 이어걷기가 충북 옥천군 안남면 '한반도 길'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2016년 첫눈을 맞는 즐거움을 만났다. 그리고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만난 함박눈은 내 시린 마음을 하얗게 물들였다. 제2차 대전시민 10만 시국대회에 참가할 생각에 일어난 이런 저런 상념을 바람결에 실려오는 흰눈에게 넘겨줄 수 있었다. 그 때 듣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샹송은 나에게 프랑스어가 아닌 한국어로 말을 건넸다. "이만하면 넉넉한 삶이다.!"(법인)
사람이 지닌 세 가지 독, 탐진치
이를 두 개로 하면 아집과 집착
이것들을 버리면 자유롭다.
"보살은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므로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불안이 사라졌다." (반야심경)
보살은 현실적인 문제에서 자유롭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도 보살이다.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뱅샵62>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0) | 2021.12.20 |
---|---|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0) | 2021.12.20 |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문장 하나 (0) | 2021.12.19 |
사진 하나, 시 하나 (0) | 2021.12.18 |
사진 하나, 생각 하나 (0) | 2021.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