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추워졌다. 시인처럼, 사랑하면서, 오늘도 도(道)를 즐기는 행복한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 '안빈낙도(安貧樂道)'라는 말을 아침에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이 말은 비록 가난하더라도 걱정 하나 없이 맘 편히 지내는 일상을 가리킨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말은 '낙도(樂道)'이다. '안빈(安貧)'에만 초점을 맞추어 가볍게 사용하면, 삶 속에서 '안빈낙도'의 정신을 생산하지 못한다. '안빈낙도'는 가난해서 할 수 없이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지내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 가난으로 다른 이를 위해 절약하고 덜 먹고, 덜 소비하며 도(道)를 즐기는 일이다.
우리는 이 표현을 자신의 직접적인 삶 속에서 생산하지 못하고, 그냥 말로만 들여와서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안빈'에만 무게를 두고, '낙도'는 가볍게 여긴다. 그냥 세상사의 무게를 내던져버리고, 가난하더라도 아무 걱정 없이 맘만 편하면 '안빈낙도'라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가난을 편하게 대하는 것 정도에서 그칠 말이 아니다. 가난하더라도 그 가난 때문에 자신의 수준을 낮추지 않고, 당당함을 잃지 않는 것이 '안빈'이다. 거기서 행복이 나온다. 그리고 행복은 사랑하는 일에서 나온다.
행복/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매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은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이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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