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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 : 2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823.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이 음력 1월 15일, 새해 첫 보름으로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정월대보름'이다. 근데 오라는 눈은 안 내리고, 비가 굵게 내린다. 정월대보름은 동제(洞祭), 달집태우기, 줄다리기, 쥐불놀이, 지신밟기, 부럼깨물기 등 기복행사와 오곡밥과 오색나물을 먹고, 귀밝이술을 마시고 땅콩이나 호두 등의 부럼을 깨는 풍습이 있는 날이다. 그 의미는 이렇다.
- 조상들은 농사를 시작하면서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풍년을 빌며 이웃 간 화합을 다진다.
- 오곡밥은 말 그대로 5가지 곡식으로 지은 밥인데, 평소 자주 먹지 못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그 동안 부족했던 영양분을 보충하는 것이다.
- 말린 나물은 겨울에 삶아서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 날밤, 호두, 은행, 잣 등을 깨물면서 1년 동안 아무 탈 없이 평안하고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빌며, 또한 이를 튼튼히 하려는 방법이다.

나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왜 그런 놀이를 하는지 모르고, 쥐불놀이를 했었다. 나중에 커서 불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불은 죽음과 부활이다. 불은 일년 동안 모든 슬픔과 아픔을 태워준다. 그리고 그 재는 거름이 되어 농사에 보탬이 된다. 그래 큰 행사마다 불꽃(아니 더 정확히는 꽃불)놀이를 한다. 정월대보름에 '달집태우기'를 하며, 조상들은 모든 부정과 악을 불태워 버리며,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을 정화하고 싶어했다. 나는 오늘, 이념 갈등으로 어지러운 오늘 우리 상황을 사진 속의 달집에 함께 태우며, 다음 세 가지를 보름달에게 기원하고 싶다. 미래를 위한 국가 아젠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우리 사회의 불평등 해소를 통한 경제 회복/저녁이 있는 삶 속에서 여유와 인문학적, 예술 행위를 통해 정신적 풍요로움을 키울 경쟁이 아닌 협력, 상생의 공동체 재건.

대보름, 환하게 기운 쪽/손택수

대보름 뒷날 택배가 왔다
나물과 부럼과 과일이
부산에서 일산까지 건너왔다
찰밥은 먹었느냐 삐뚤삐뚤한 글씨와 함께

찰밥에 빈속 채우고
찌그러진 사과 한 알 깎는데
사과, 찌그러진 쪽으로 씨앗이 없다

씨앗이 사과를 부풀게 하였구나
씨앗을 먹이기 위해서 사과는
한쪽으로 기우뚱 몸이 무거웠겠구나

씨앗을 놓친 달이 기운다
기운 달이 대보름
젖을 물린다
부산에서 일산까지
택배로 건너온 달,
환하게 기운 쪽에서 울컥
찡한 시장기가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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