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코로나-19가 3차 유행이라 한다. 그러나 'Dum vita est, spes est(둠 비타 에스트, 스페스 에스트)'라는 라틴어 문장을 나는 좋아한다. 이 말은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건배사로 내가 자주 쓰는 것이 "스페로(spero), 스페라(spera)"이다. 이 말은 "나는 희망한다. 그러니 너도 희망하라"라는 말이다. 이 말은 '나는 숨쉬는 동안 희망한다'는 라틴어 'Dum spiro, spero(둠 스피로, 스페라)'에서 나온 말이다. "불행과 고난을 버티게 하는 힘은 실낱 같은 희망이다. 지금은 돈이 없어도, 집이 없어도, 사람다운 대접을 받지 못해도, 조금만 참고 견디면 지금보다 나아지리란 희망이 있을 때 사람은 초인적인 성실성과 인내심을 발휘한다. 그러나 희망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희망이 물거품이 되고 번번이 외면당할 때 희망은 좌절이 되고 슬픔을 넘어 분노가 된다." (이진순)
그러나 나는 희망한다. 그래 일상에 충실하고, 성실하다. 오늘은 주일인데, 막내 동생의 딸 결혼식이 있어 가족들과 함께 대절한 버스로 간다.
오늘 아침 시는 김광규 시인의 <오래된 물음>이다. 쓰레기터에서도 라일락이 피고, 흙을 아스팔트로 덮어도 작은 틈만 있으면 풀이 돋아난다. 인간의 어두운 자궁 속에서는 여전히 아기의 고운 미소가 자란다. 그 원초적 생명력을 막을 자는 없다. 세상이 암담해 보여도 생명은 죽지 않는다. 도리어 더욱 싱싱하고 억세게 꽃을 피운다. 절망이 절망이 아닌 것은 생명에 내재된 이런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샘솟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생각할수록 놀랍고 경이로운 일이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그게 생명력이다.
오래된 물음/김광규
누가 그것을 모르랴
시간이 흐르면
꽃은 시들고
나뭇잎은 떨어지고
짐승처럼 늙어서
우리도 언젠가 죽는다
땅으로 돌아가고
하늘로 사라진다
그래도 살아갈수록 변함없는
세상은 오래된 물음으로
우리의 졸음을 깨우는구나
보아라
새롭고 놀랍고 아름답지 않느냐
쓰레기터의 라일락이 해마다
골목길 가득히 뿜어내는
깊은 향기
볼품 없는 밤송이 선인장이
깨어진 화분 한 귀퉁이에서
오랜 밤을 뒤척이다가 피워낸
밝은 꽃 한 송이
연못 속 시커먼 진흙에서 솟아오른
연꽃의 환한 모습
그리고
인간의 어두운 자궁에서 태어난
아기의 고운 미소는 우리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지 않느냐
맨발로 땅을 디딜까봐
우리는 아기들에게 억지로
신발을 신기고
손에 흙이 묻으면
더럽다고 털어준다
도대체
땅에 뿌리박지 않고
흙도 몸에 묻히지 않고
뛰놀며 자라는
아이들의 팽팽한 마음
튀어 오르는 몸
그 샘솟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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