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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접기로 한다/박영희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알베르 까뮈는 여행이란 "정신의 소독"이라 했다. 2박 3일간 일상을 이탈해 여행을 다녀왔다. 아침에 일어나 뒷정리를 하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아침에 한 카톡의 문자로 삶의 지혜를 하나 얻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려면 몸과 정신 그리고 영혼이 유연해야 한다는 것이다. 걷기나 운동을 하는 이유는 튼튼해 지는 것이 아니라, 유연해 지는 것이다. 정신과 영혼의 근육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유연해 지는 것이다. 그래 여행이 필요하다. 여행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하나의 층계참처럼 쉬어 가는 일이며, 유연함을 주기 때문이다.

솜과 유리는 차이가 있다. 부드러운 솜은 떨어져도 부서지지 않고, 남을 해치지 않는다. 그러나 유리는 떨어지면 산산조각이 나고, 자기 자신이 망가질 뿐만 아니라 남에게 상처를 준다. 왜 그런 가? 유연성과 딱딱함의 차이이다.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걷기를 하거나 운동을 많이 하려는 것은 내 몸의 유연성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번에 여행을 다녀와 보니, 정신이나 영혼의 유연성도 마찬가지이다. 카톡을 통해 전달된 김광석이란 분의 블로그 글 제목이 "깨지는 보다 접히는 삶" 이야기이다. 나는 깨지지 말고, 접히는 삶을 통해 데이비드 부룩스가 말하는 "두 번째 산"을 오르고 싶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부룩스는 인생이란 두 개의 산을 오르는 일과 같다고 말한다. 두 번째 산에 오른다는 것은 첫 번째 산에서 얻은 낡은 자기를 버리고, 새로운 자기를 만날 수 있는 산행이다. 자기 인생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비로소 성공이 아닌 성장을, 경직함이 아닌 유연함을, 물질적 행복이 아닌 정신적 기쁨을 얻을 수 있다.

최진석 교수에 의하면, 진짜로 산다는 것은 "나를 행해 쉼 없이 걷는 일"이라 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걸으면서 숙고(熟考)하는 일이다. 무엇을 숙고하는가? 바람직한 일보다 내가 바라는 일을, 해야만 하는 일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좋은 일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라는 말이다. 생각, 사유, 숙고, 인식 등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생각을 안 하면 한 진영에 빠져 세상을 반쪽만 보게 된다. 그리고 감각적이고, 심리적이고, 본능적인 만족을 극복하여야 질적이고 지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감각을 극복한, 즉 숙고한 만족을 지녀야 진짜로 사는 것이다. 숙고하지 않으면, 감각적 만족에 그치고, 더 나아가 패거리를 만들고 그 진영 빠지고 만다. 그러면 개방적이지 못하고 폐쇄적이 되고, 유연하지 못하고 경직된 삶을 살게 된다.

오늘 아침 시도 그 카톡에서 얻은 것이다. 아침 사진은 제주도에서 공항으로 가던 길에 만난 일조이다. 내 인생 사진이라 생각한다. 밖은 가을비 치고는 세게 내린다. 빗소리가 다르다. 이 비 그치면, 가을도 끝나고 이젠 겨울이 시작되겠지. 또 접는다. 그래야 경직함을 버리고, 유연해 지는 것이다. 몸이든, 마음이든 유연해지는 "두 번째" 산행이고 싶다.

접기로 한다/박영희

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 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살다 보면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순간
햇살에 배겨 나지 못하는 우산 접듯
반만 접기로 한다
반에 반만 접어 보기로 한다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지난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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