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글이에요.

인문운동가의 시대정신
오늘부터 우리는 문체부와 대전문화연대가 후원하고, 대전둔산도서관이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첫 회를 시작하였다.
서사의 힘을 기르자는 취지에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함께 읽는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오늘은 인문학과 인문정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은 동물로 태어난다. 사람이 인간으로 죽을 수 있을지는 각자의 노력에 달려있다. 대부분 동물로 태어나서 동물로 죽는다.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는 교양을 갖추어야 한다. 사람(人)이 사람(人)을 만나면, 인간이 된다. 그래 우리는 인간이다. 인간은 인(人)자 뒤에 간(間)이 붙는다. 그 인간(人間)은 시간(時間)과 공간(空間) 속에 존재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은 영원한 시간과 무한한 공간 속에서 잠시 존재하다가 사라진다. 이 ‘간(間)’를 우리말로 하면 ‘틈’이다. 그러니까 우리 인간은 영원한 시간 속의 짧은 ‘틈’과 무한한 공간 속의 좁은 ‘틈’을 비집고 태어나, 사람들 ‘틈’ 속에서 잠시 머물다가 돌아가는 존재이다. 이를 우리는 ‘삼간(三間)’이라고 한다. 그러니 살면서, 그 시간의 틈을 즐겁게, 공간의 틈을 아름답게 만들다 보면, 인간 사이의 틈은 사람 냄새로 채워지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이게 멋진(To be good) 인간이 는 길이 아닐까?
원한다면, 우선 동물을 넘어, 인간으로 살기 위해 교양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서 교양이 무엇인가? 우리는 그걸 보통 Liberal arts 또는 Humanities라 한다, Humanities는 15세기 이탈리아의 인문주의자들이 썻던 스투디아 후마니타스 Studia humanitas에서 찾을 것이다. 인문학의 기본 개념은 고대 그리스의 파이데이아(Paideia)에서 왔다. 파이데이아는 기원전 5세기 중엽에 나타난 소피스트들이 젊은이들을 폴리스(도시국가)의 리더로 키우기 위해서 행하던 교육과정이다. 그리스 사회는 자유민과 노예라는 확실히 구분되는 신분제 사회였다. 그 사회에서 리더란 자유인으로 불리는 '능동적 시민'을 말했다. 피지배 계급으로서 자유가 없던 수동적인 노예들을 선도하고 끌고 나아가던 지배 계급이다. 자유인들이 지시하고, 노예들은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자유민들은 이끌고, 노예들은 따라간다. 교양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잉태되어 자유인으로서 능동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고안된 교육 장치였던 것이다.
교양은 얼마나 많은 사실을 아는가 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하는가, 혹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이 방향성과 관련된 내용으로 채워진다.
교양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자유민이 자유민으로서 활동하는 데에 필요한 내용으로 되어 있어서, 세계를 지배하고 이끄는 일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부라는 것은 직업을 찾거나, 직업을 유지하는 일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관련되지만, 이런 내용들로 이루어진 공부를 하는 목적은 바로 그런 지식들을 기반으로 하여 삶과 세계의 방향을 결정하고 이끌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하려는 것이다. 지배적인 시선과 활동력을 갖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말로도 바꿔도 된다. 즉 자유인이 되려는 것이다. 노예가 되지 않으려는 것이다. 공부는 명사를 익히는 것이나, 동사를 배워 실천하는 것이다.
노예와 같은 수동적인 차원의 지식으로 채워서 살 것인가? 아니면 한 단계 상승하여 오히려 지식을 지배하고 관리하며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삶을 살 것인가? 교양인은 바로 여기에 처한다. 인문학이 추구하는 인문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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