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를 순간의 삶을 추구하는 "쾌락주의자"라고 말한다. 그의 이름을 따서, 영어로 '에피큐리언(epicurean)'이라 하면, '쾌락(향락)주의자'라고 말한다. 에피쿠로스가 추구한 쾌락은 '모든 정신적, 육체적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특히 순간적이고 육체적인 쾌락(동적 쾌락)을 추구했던 퀴레네 학파와는 달리, 그는 지속적이고 정적인 쾌락을 추구했다. '아타락시아'란 바로 '마음이 동요되지 않고 평안한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소극적 쾌락주의'라고도 한다. 이 말은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무제한의 쾌락이 아니라, 불안과 고통을 줄여 나가는 절제된 쾌락주의자라는 말이다. 그는 행복과 쾌락을 동일한 것으로 보았다. 쾌락만이 유일하게 가치 있는 것이며, 바람직한 삶은 고통(불쾌함)을 멀리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삶이라고 본다. 그의 쾌락주의는 방탕함에 빠진 자포자기의 삶이나 식욕, 성욕의 충족과 같은 강력한 육체적 쾌락만을 추구하는 감각적 쾌락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의 철학은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의 붕괴로 말미암아 정체성과 소속감을 상실하였던 당시 그리스 인들에게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왜냐하면 그들은 계속되는 전쟁과 가난, 죽음의 위협에 시달렸고, 그 결과 삶의 안정을 오직 자신의 정신과 육체라는 개인적 요소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는 가능한 개인의 쾌락을 극대화하고, 당장 현실적으로 즐길 수 있는 삶이야 말로 미래가 불확실하고 험난한 세상을 견뎌내는 바람직한 삶의 방식이라고 주장하였다.
사실 에피쿠로스는 '욕망'이라는 병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했던 정신과 의사였다. 그에 의하면, 인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무서운 질병은 '두려움'과 '허영'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불행은 두려움이나 허영 그리고 절제가 없는 욕망으로부터 나온다. 만일 사람이 이 감정들을 제어할 수 있다면,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자가 될 뿐만 아니라 세상을 관조하는 행복한 삶을 즐길 수 있다."
에피쿠로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이다.
- 자연스럽 필요한 욕망: 인간의 생존을 보장하는 기본적인 욕망으로 먹고, 마시고, 잠자는 것.
- 자연스럽지만 불필요한 것: 식탐이나 성적 욕망과 같은 감정들. 이런 감정들은 소유하면 할수록 더욱더 갈망하게 만들기 때문에 수련을 통해 제어해야 한다.
- 자연스럽지도 안고 필요하지도 않은 것: 명예와 권력.
에피쿠로스는 "우리가 쾌락이라는 말을 통해서 의미하는 바는 육체적인 고통과 마음의 근심이 없는 상태이다"라고 주장하였다. 그에 따르면, 고통과 근심의 원인은 비자연적이고 필수적이지 않은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하는 데에서 생긴다. 그러므로 사치를 멀리하고 검소한 식사를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 명예와 권력에 대한 욕구에서 벗어나 걱정거리를 제거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통하여 개인적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행복한 삶이다. 내일 아침 다시 한 번 더 에피쿠로스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다음 주 <초연결시대, 인간을 말하다>의 특강에서 계속되는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를 읽다 qh면, 우리는 이런 문장을 만난다.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굶주림의 극복), 건강(전염병 극복), 평화(전쟁 폭력 극복)를 얻은 호모 사피엔스의 다음 목표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들을 고려할 때, 불멸-노화와 죽음 그 자체를 그복하는 일, 행복-더 행복해는 것, 신성(神性)-신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내일 아침에 해 볼 생각이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나는 "지금은, 내가 살아갈/가장 적은 나이/이런 생각, 노년의 몰약 아님/간명한 이치/내 척추는 아주 곧고/생각 또한 그렇다(아마도)" 오늘은 목요일 아침이다. 목요일에는 낮에 와인아카데미가 있기 때문에 쉽게 행복하다. 하늘처럼 맑은 이들과 공부하고 와인을 마시기 때문이다. 그것도 낮에. 매번 "송년회"같은 분위기이다. 이 시를 소개한 정끝별 시인이 말한다. "남들이야 '노년의 몰약'이라 하든 말든 "내가 살아갈/ 가장 적은 나이"가 바로 지금이니, 우리는 앞으로!" 나도 말하고 싶다. '여기-지금', 즉 오늘이 바로 청춘이니 또 앞으로!
송년회/황인숙
칠순 여인네가 환갑내기 여인네한테 말했다지
"환갑이면 뭘 입어도 예쁠 때야!"
그 얘기를 들려주며 들으며
오십대 우리들 깔깔 웃었다
나는 왜 항상
늙은 기분으로 살았을까
마흔에도 그랬고 서른에도 그랬다
그게 내가 살아본
가장 많은 나이라서
지금은, 내가 살아갈
가장 적은 나이
이런 생각, 노년의 몰약 아님
간명한 이치
내 척추는 아주 곧고
생각 또한 그렇다(아마도)
#인문운동가_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_시하나 #황인숙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한다.' (3) (0) | 2021.09.26 |
---|---|
매주 토요일마다 와인 이야기를 한다. (0) | 2021.09.26 |
무엇이 성공인가/랄프 왈도 에머슨 (0) | 2021.09.26 |
위도일손(爲道日損)과 스페인 와인 (0) | 2021.09.25 |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한다.' (2) (0) | 2021.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