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삶에 '소금'을 치다. (2-6)

이게 지혜이다.
한 젊은이가 길에서 노인을 만나자 물었다. "저를 기억하세요?" “아니” "제가 학창 시절에 선생님의 제자였어요." “아~ 그럼 무슨 일 하고 있지?” “저도 교사가 되었어요.” “아하, 멋진데. 나처럼.” “예. 근데 사실 제가 교사가 된 것은 선생님 때문 이었어요. 저도 선생님처럼 되고 싶었거든요.”
노인이 궁금해서 언제 선생이 되기로 결심했는지 묻자 청년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어느 날 제 친구가 멋진 새 시계를 가지고 학교에 왔는데 그 시계가 너무 갖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 시계를 제가 훔쳤어요. 잠시 후 그 친구가 시계를 잃어버렸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리자 선생님이 시계를 훔친 사람은 빨리 돌려주라고 하셨어요. 저는 돌려주기 싫어서 가만히 있었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교실 문을 닫으시고 우리 모두 일어서서 둥그렇게 서라고 하셨고, 시계를 찾을 때까지 눈을 감고 있으라고 하셨어요. 우리는 선생님 말씀대로 서서 눈을 감았고, 선생님은 차례로 주머니를 뒤져 보시다가 제 주머니에서 시계를 찾아 꺼내셨는데,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 그리고 계속 나머지 학생들의 주머니를 다 뒤지시고 ‘시계를 찾았으니 이제 모두들 눈을 떠라' 하셨어요. 누가 그 시계를 훔쳤는지 말씀하지 않으셨고, 제 게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어요. 선생님은 제 명예를 영원히 살려 주셨고, 제 인생에서 가장 수치스러웠던 날이 그 날 이었어요. 바로 그 날 저는 절대로 도둑질이나 나쁜 짓 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선생님은 시계 사건에 대해 한 말씀도 안 하셨고, 제게 한 마디 훈계도 하지 않으셨어요. 저는 선생님이 무엇을 원하시는지 분명히 깨달았어요.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저는 진정한 교육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어요. 제가 말씀드린 사건 기억하시나요"
선생님이 말했다. “시계 사건, 기억하고 말고. 내가 모든 학생들 주머니를 뒤졌던 것도 기억해. 하지만 그 학생이 너였던 것은 몰랐어. 나도 눈을 감고 뒤졌거든~ " 눈을 감고 시계를 찾은 스승의 깊고 참된 뜻은 훔친 학생이 누구인지, 자신은 물론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것이었다고 하였다.
길 잃은 날의 지혜/박노해
큰 것을 잃어버렸을 때는
작은 진실부터 살려가십시오
큰 강물이 말라갈 때는
작은 물길부터 살펴주십시오
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
흙과 뿌리를 보살펴 주십시오
오늘 비록 앞이 안 보인다고
그저 손 놓고 흘러가지 마십시오
현실을 긍정하고 세상을 배우면서도
세상을 닮지 마십시오 세상을 따르지 마십시오
작은 일은 작은 옮음 작은 차이
작은 진보를 소중히 여시십시오
작은 것 속에서 이미 큰 길로 나가는 빛이 있고
큰 것은 작은 것들을 비추는 방편일 뿐입니다.
현실 속에 생활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세상을 앞서 사는 희망이 되십시오
나는 지식, 지성 그리고 지혜 , '3 지(知)'을 구별한다. 여기서 지식은 주로 정보, 물질의 원리를 탐구하는 것, 그리고 그걸로 인간이 누리는 부를 확장하는 것으로 본다. 이걸 '기술지(技術知)'라 부른다. 지성은 '문명지(文明知)'라고 정의한다. 물질을 알고 부를 확장하면 그걸 어떻게 나누고, 이걸 어떻게 인간 삶에 적용할까, 이 문제가 부각되는데, 그럴 때 관계에 대한 탐구를 하는 것이 지성이다. 기술지와 접속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지혜이다. 인간은 천지를 연결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인간 너머가 궁금하다. 그때 우리는 인간에 대해 묻는 것이 아니라 생명에 대해 묻게 된다. 그리고 지구를 묻는 것이 아니라 우주를 질문하는 것이 지혜이다. 이 영역으로 가면 기술지와 문명지처럼 손에 잡을 수 있는 게 없다. 거대한 무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생명과 우주가 무엇인가라고 묻게 되면 그 보이는 모든 것을 해체해 버린다. 그걸 지혜라고 부르는데, 동시에 영성(靈性)이라고도 한다. 그걸 인류학적 용어로 쓰면 '자연지(自然知)'이다.
한 사회의 문명 수준을 알려면, 이 지식, 지성 그리고 지혜의 인드라망 순환을 보아야 한다. 그 순환을 통해 그 사회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인간다운 앎은 지혜, 영성이다. 그래 이것이 바탕이 되어야 기술지와 문명지도 그 활발한 역동성을 갖게 된다. 왜 그런 가? 지식은 계속 기술을 확대해서 인간 마음에 소유에 대한 증폭, 곧 욕망을 불어넣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싶고 누리고 싶어지 게 하는 거다. 이 마음을 해체하는 게 지혜인데, 이 지혜가 개입하지 않으면 무조건 욕망을 향해 나아간다. 그래서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우리가 더 자유로워질 수 없는 거다. 한편 지성은 사회적 관계에 대한 많은 시행착오와 토론, 논쟁, 교육 등을 주도하는데, 이 지성이 지혜와 연결되지 않을 때, 그것은 엘리트와 대중의 차이가 강화되는 쪽으로, 그래서 엘리트가 대중을 지배하고 군림하는 식으로 나가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일부 엘리트 기득권 세력들이 지식, 지성 그리고 지혜의 순환이 안되고 있다. 그래서 사회가 흔들린다. 시험만 잘 보는 지식이 다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