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오늘 글이에요.




나만의 서사: 강한 것은 부러진다. 강한 것은 부드러움을 이기지 못한다.
태풍에 뿌리째 뽑히는 굵은 나무와 달리 오늘 아침 사진의 갈대처럼 제자리에 꿋꿋하게 서 있는 것은 강해서가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주며 끌어주기 때문이다. 어떤 위기 앞에서 분열하지 않고 이마를 맞대기 때문이다. 제멋대로 자라난 갈대숲이 무질서한 듯해도 들여다보면 나름의 질서를 가진다. 키 큰 것은 낮은 데까지 햇빛이 들도록 가지를 좁히고 때로 여린 넝쿨에 등을 내어준다. 천적을 피해 숨어든 생명은 어미처럼 보듬어 주며 시간의 이행이 그려낸 숱한 이야기를 품는다.
겨울 강에서/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갈대에게서 배운다. 갈대가 쓰러지지 않는 것은 중심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중심은 흔들려도 자기 자리로 되돌아오게 하는 힘이다. 흔들림 속에서도 자신의 균형을 회복할 능력을 가진 사람은 곧 중심이 있는 사람이다. 그 중심은 현재의 내 위치를 잘 알고, 무엇을 지향해야 할지를 아는 것에서 나온다.
"인심유위, 도심유미, 유정유일, 윤집궐중(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서경>) 사람의 마음(=욕심)은 위험해져 가고, 도심(=양심)은 점차 희미해지니, 마음 자체를 맑고 한결같이 하고 진실로 그 중심을 잡으라"는 뜻이다. 여기서 "윤집궐중"은 중심을 잃지 말라는 말이다. 그 중심은 세상의 근본 원리를 확실히 지키는 일이다. 순임금이 우임금에게 전한 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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