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천국은 죽은 뒤에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는 바로 이곳이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2년전 내 페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고, 페북이 친절하게 오늘 아침에 나에게 기억시킨다. 랍비 힐렐의 가르침은  "자기 자신에게 해가 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말라"이다. 이를 '황금률(Golden rule)'이라 한다.  예수의 황금률은 더 적극적이다. "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이다. 그러면서 예수는 '하느님의 나라'는 내가 있는 이 시간과 이 장소에서 황금률을 실천할 때 그 곳이고, 거기서 사랑을 받는 상대방이 바로 신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 삶에서 만나는 가장 불쌍한 자가, 우리의 도움이 절실한 이웃이 바로 신이라고 주장한다. 하느님의 나라, 천국은 인간이 볼 수 있는 장소도 아니고, 인간이 존재하는 시간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라고 말한다. 천국은 죽은 뒤에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는 바로 이곳이다. 오늘을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며, 가족과 이웃과 심지어 원수까지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바로 여기가 천국인 것이다.

미치 앨봄의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은 주인공 에디가 죽은 뒤 다섯 사람으로부터 초대되는 이야기이다. 죽음의 순간, 알 수 없는 손길에 이끌려 천국의 문으로 들어서고, 다섯 사람이 이끄는 대로 과거의 삶과 내면의 감정으로 여행을 떠난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인연, 희생, 용서, 사랑 그리고 화해라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섯 가지 비밀을 배운다.

▪ 인연: 우리 모두는 연결돼 있고, 타인은 미처 만나지 못한 가족이다.
▪ 희생: 자신의 어제를 이해하는 것-우리는 지금 누군가의 희생으로 현재 존재하는 것-이며, 희생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소중한 것을 넘겨주는 것인데, 그 걸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것을 배운다. 단순히 잃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 용서: 분노를 품고 있는 것은 독이며, 그것은 안에서 우리 자신을 잡아 먹는 것이다. 분노는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공격하는 무기처럼 생각되지만, 그것은 굽은 칼날과 같아, 그 칼을 휘두르면  우리 자신이 다친다. 그러니 용서를 해야 한다.
▪ 사랑: 잃어버린 사랑도 사랑이라고 배운다. 생명은 끝나게 마련이지만 사랑은 끝이 없다.
▪ 화해: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을 하고, 용서를 구하면, 자신이 저지른 죄도 화해를 하게 된다. 자신과의 화해, 그곳이 바로 천국이다.

이렇게 다섯 곳의 천국을 거치면서 보 잘 것 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인생과 화해를 한다.
▪ 지금 자신의 삶에 어떤 어려움과 슬픔이 있더라도 소중하지 않은 삶은 없다.
▪ 우리가 만나는 수많은 타인의 행동에도 그들 만의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
▪ 우리를 둘러싼 크고 작은 인연을 소중히 하고 그들을 이해하면서 살아간다면 우리는 마음의 평화를 이룰 수 있다.
▪ 자신이 천국에서 만날 다섯 사람을 마음에 품는 순간, 지금이 바로 천국이다.
▪ 우리가 괴로운 것은 타인이 아니라, 나 때문인 경우가 많다. 자신을 용납할 수 없어서,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자신의 삶과 화해하는 것이 진정한 천국이다.
▪ 죽음을 깊이 이해할수록 삶을 더 가까지 이해할 수 있다.

어젠 큰 마음 먹고, 서울 한 복판을 걸었다. 아무 동반자도 없이, 술이 덜 깬 채 걸었다. 겨울로 가는 늦은 가을 바람이 머리를 식혀 주었다. 술꾼은 복기 하지 않는다. 이건 내 삶의 지혜이다. 어슬렁거리며 안경도 쓰지 않고 발가는 대로 걷다 보니 정동길이 나왔다. 다만 목적지는 안경점을 찾는 일이었다. 그러다 내 군대 시절에 즐겨 갔던 "교보문고"가 나왔다. 이건 책방이 아니라, 만물상이었다. 마음에 드는 안경을 하나 맞추어 쓰고 거리로 나왔다. 거기서 뜻밖에도 이생진 시인의 시를 만났다. 서울 광화문에는 교보문고 빌딩이 있는데, 그 건물에 이런 시구를 걸어 놓았다. "나뭇잎이/벌레 먹어서 예쁘다/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별처럼 아름답다." 보이는 만큼 본다고, 그게 눈에 빠르게 들어왔다. 오늘 공유한다.

벌레 먹은 나뭇잎/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_시하나 #이생진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