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하나
지난 11월 12일에 『무지개의 원리』의 저자이자 "희망의 전도사"로 활약하셨던 차동엽 신부가 향년 61세의 나이로 선종(善終)하셨다는 소식을 뉴스로 들었는데, 최근에 만난 한 분이 성형외과 원장으로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그분의 장례식에 다녀왔다고 한다. 나는 내 바로 위의 누님이 현역 수녀님 이시라, 젊은 시절에 『무지개의 원리』를 선물로 받았었다. 밑줄을 그어가며, 여러 번 읽었다. 그 당시 내 영혼을 살찌게 했던 기억이 난다.
가을비가 하루 종일 대지를 적시는 주일에 침대에 누워, 페이스북을 보다가 <중앙일보> 종교 담당 기자인 백성호의 "현문우답" 칼럼을 읽게 되었다. 제목이 "현대인에게 고(故)차동엽 신부가 전했다. 8가지 '행복의 비밀'"(중앙일보 11월 17일자). 내 마음에 빗금을 그은 몇 가지를 내용을 공유한다.
신부님은 서울의 한 달동네에서 가난하게 자라셨다고 한다. 그는 그런 가난 속에서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런데 이어서 가톨릭 신학대에 들어가 신부가 되었다. '물질적 가난'보다 '영적인 가난'에 신부님은 더 목이 말랐나 보다. 백 기자는 설명한다. 그런 가난을 통해서 길어 올렸기에 그의 두레박에는 '남다른 답변'이 담겼던 같다고 말했다. 오늘 아침은 백기자의 인터뷰 내용에 따라 가면서, 우선 "주님의 기도"를 다시 기억해 본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이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마태 6:9-13, 루카 11:2-4)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도 이 기도문은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성경의 "신약성서에는 두 개의 기둥이 있"는데, 그것은 "'주님의 기도(주 기도문)'와 '산상수훈의 팔 복'"(차동엽 신부)이기 때문이다. 그럼 차 신부님의 인터뷰 내용을 따라가며, "주기도문'을 더 깊게 이해해 본다.
- 주님의 기도는 '주님이 가르친 기도'가 아니라, 주님이 직접 바치신 기도이다.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에서 하늘의 의미는 '우주를 주재하시는 분', '초월적인 분'이란 뜻이 담겨 있다.
- '우리 아버지'에서 '우리'는 '우리 아빠, 우리 엄마, 우리 아들' 할 때의 '우리'이다. 예수님은 기도할 때 '우리 엄마'할 때의 뉘앙스로 '우리 아빠'라고 불렀던 거다. '아버지'라고 하는 것은 성경이 그리스어로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란 뜻의 그리스어인 '파테르(Pater)'로 기록한 것이다. 하느님을 거창한 이름으로 부르니까 거리를 두는 거다.
-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빛날 때는 나의 이름이 아버지의 이름을 가리지 않을 때이다. 그럴 때 빛이 난다. 자주 나의 이름이 아버지의 이름을 가리지 않았는가 따져봐야 한다.
-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에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심'이란 아버지 안에 내가 있는 거다. 동시에 내 안에 아버지가 있는 거다. 그렇게 서로에게 거(居)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나라는 하느님의 나라이다. 그건 나와 하느님의 관계성이다. 나와 하느님의 커뮤니케이션, 거기에 아무런 장애가 없는 것이다.
-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에서 '땅"은 인간이다. 우리의 내면이다. 그래서 살아 있는 우리 안에서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버지의 뜻'을 막는 장애물은 '나의 뜻'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 했다. 나도 이 기도를 제일 좋아한다.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가장 빠르고, 가장 확실한 지름길은 산상수훈 속에 담겨 있다. 그래 나는 오늘부터 산상수훈의 여덟 가지를 매일 아침마다 암기하고, 그것으로 최선을 위한 하루의 전략을 짤 생각이다.
-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에서 육적인 양식은 빵이고, 영적인 양식은 '말씀'이다. 그런데 그 양식을 때때로 우리가 차단한다. '나의 뜻'이 '하느님의 뜻'을 가릴 때처럼 말이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4)는 성경 구절을 나는 알고 있다.
- 미사에서 '주님의 기도'를 올릴 때는 '주님께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있나이다.'라고 끝을 맺는데, 왜 '영원히'인가? 이 3차원 공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이다. 그런데 3차원 공간을 넘어서면 공간이란 개념도, 시간이란 개념도 부질없는 곳이다. 그 세상에 '영원함'이 있다. 그러니 우리가 죽으면 '영원' 속으로 들어가는 거다. 난 이제부터 사후 세계를 믿을 것이다. 그 영원의 세계를 믿기 때문이다.
- 어떤 사람은 "달라"고 기도하고, 어떤 사람은 "버리겠다"고 기도한다, 어떤 게 기도인가? 차신부님은 기도의 두 종류를 말한다. '생계형 기도"와 :이슬형 기도". 목구멍이 포도청인 사람들에게는 하루를 살아가는 게 거룩한 일이다. 그들에겐 밥이 하늘이다. 그들은 먹고 사는 생계 속에서 예수님의 구체적인 손길과 사랑을 느낀다. 그래 이제부터 나도 기복적인 기도도 기도로 받아 들일 생각이다. 그러나 좀 더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이슬형 기도'를 한다. 이 기도는 관조나 묵상 등 깊은 몰입에 들어가는 일치형 기도라고 설명한다.
- '주님의 기도'가 중요한 이유는 '주님을 만나기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나와 하늘이 통해야 한다. 그런데 두꺼운 장막이 쳐져 있다. 그게 하늘장막이다. 그런데 '주님의 기도'는 그 장막을 뚫게 한다. 그리고 하늘과 땅을 잇게 한다. '주님의 기도'는 하느님이 '너희가 나에게 도달하고 싶으냐, 그럼 요렇게 해봐라'하고 '노하우'를 알려주신 거다. 나는 '초월'이란 말을 좋아한다. 내 한계의 담을 넓혀 하느님의 나라까지 다다르려는 초월을 우리는 '신에게 로의 초월'이라고 한다.
우선 오늘 아침은 여기서 멈춘다. 내일 아침 다시 그 인터뷰를 꼼꼼하게 읽으며, 신약성서의 또 다른 한 기둥인 "산상수훈의 팔 복"을 잘 이해하고 삶에 실천하는 계기로 삼을 생각이다. 어제는 하루 종일 가을비가 내렸다. 그렇지만. 차 신부님의 말씀이, 가을비처럼, 내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주일이었다.
빗소리 곁에서/안경애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이면
풀잎에
나뭇가지에
숨겨진 보고 품 한 토막 매달고
네 그리움이 되었어
손에 잡힐 듯
인연이 남겨놓은
사랑 하나에
너의 향기가 되었어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이면
가끔 빛바랜 사진 위로
날카로운 슬픔이 덧입혀
토토 톡 한 솥 가득 끓어
살며시 옷 적시는 사람아
얕은 바람에도
한없이 흔들려
또 흔들려
마음속의 웃음 꺼내 촉촉이 젖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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