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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가 만든 행복을 쫓는 것이 아니라, 내가 행복을 창조해 내어 즐기는 것이다.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부터 머리에 떠나지 않는 문장이 있다. 행복은 우리가 만든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행복을 생산하는 것이다. 우리가 만든 행복을 쫓는 것이 아니라, 내가 행복을 창조해 내어 즐기는 것이다. 그래 이번 주는 혜민 스님이 권한 행복론을 실천하는 중이다.

지난 주 월요일에 이야기 했던 것이지만, 어떤 목표를 끝내 달성하는 것도 즐겁지만, 무엇보다도 날마다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과정 자체에서 기쁨을 갖고 즐겨야 하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길이라 본다. 우선 나 자신과 나의 기쁨을 위해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어야 한다. 혜민 스님이 말하는 행복의 조건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이다. 또 한 번 기억하려는 마음으로 반복해 본다.
- 비교하지 말고 감사해라!
- 멈추고 감상해라!
- 내 몸을 사랑하라!

우리가 즐거움과 기쁨을 구별하는 것처럼, 행복과 기쁨을 구별하여야 한다. 인생의 두 번째 산에 오른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데이비드 부룩스의 『두 번째 산』에서 얻은 생각이다. 삶이 '혼자'가 아닌 '함께'의 이야기가 되려면, 행복보다 기쁨에 더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언젠가 나는 아침 글쓰기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구분한 적 있다.

기쁨은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의 즐거운 마음이나 느낌이라면, 즐거움은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쁜 느낌이나 마음이라고 정의한다. 비슷한 것 같은데, 즐거움은 어떤 상태라면, 기쁨은 어떤 행위의 결과인 것 같다. 그러니까 없다가 얻게 되었을 때 오는 것은 기쁨이고, 늘 있는 것은 즐거움인 것 같다. 그러니까 기쁨이 즐거움보다 더 강한 감정인 것 같다. 늘 있는 사람은, 없다가 그것을 얻게 되었 때 느끼는 감정을 모른다. 예컨대, 많이 아는 자의 만족이, 못 배운 사람의 감사에 못 미치는 것과 같다. 만족은 '물의 고임'이라면, 감사는 '물의 흐름'과 같다.

기쁨은 행복과도 다르다. 기쁨은 행복의 일종으로 볼 수 있지만, 좀 뉘앙스가 다르다. 기쁨은 바라는 것이 이루어졌을 때 느끼는 흐뭇하고 즐거운 마음이다. 기쁨은 현실적인 실체이다. 반면 행복은 자기 자신을 위한 승리 또는 자기 자신의 확장과 연관된다. 행복은 자기가 설정한 목표에 다가설 때, 아니면 모든 것이 뜻하는 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때 나타난다. 행복은 흔히 어떤 성공이나 새로운 능력 또는 어떤 고양된 감각적 즐거움과 관련이 있다.

반면 기쁨은 자기 자신을 초월하는 어떤 상태와 연관된다. 자기와 다른 사람 사이에 장벽이 사라져서 함께 하나로 녹아 든다는 느낌이 들 때가 그렇다. 그러니까 기쁨은 흔히 자기 자신을 잊어버린 상태와 관련이 있다. 우리는 행복이 생성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기쁨에는 사로잡힌다. 행복은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기쁨은 우리의 정체성 자체를 완전히 바꿔 버린다. 기쁨을 경험할 때, 우리는 흔히 현실 실체의 더 깊고, 더 진실에 가까운 어떤 층을 흘깃 들여다본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따라서 자아도취 자는 행복할 수는 있어도 결코 기쁨을 경험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자아도취 자는 자기를 놓아 버리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부룩스의 이야기이다.

그는 "행복은 좋은 것이지만, 기쁨은 더 좋은 것"라고 강조한다. 기쁨이 행복보다 더 풍성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변덕스럽고 찰나적인 경향이 있는 데 비해, 기쁨은 본질적이고 영속적일 수 있다. 우리가 더 많이 헌신하는 삶을 살수록 기쁨은 우리에게 더욱 더 꾸준한 상태로 남을 것이고, 우리의 이런 감정의 틀 덕분에 그 기쁨은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 햇살처럼 뿌려질 것이다. 그 때 우리는 기쁨에 넘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행복한 사람보다 기쁨에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배철현 교수의 <묵상>을 읽고, 언젠가 행복에 대한 담론을 다음과 같이 적어둔 적이 있다. 물론 행복(幸福)은 마음의 상태이다. 행복이란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스스로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의 모습이다. 인간은 자신이 될 수 있는 그 무엇이 되어야 행복하다. 자신이 되지 못하게 하는 상황에 놓이면, 우리는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될 수 없게 된다면 불행하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안다 할지라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신의 삶, 인생에 만족이 없게 된다. 기쁘지 않다는 뜻이다.

외부의 자극이나 환경에 의해 나의 행복이 영향을 받는다면, 나는 불행하다. 그러니까 불행이란 자신의 행복을 유지할 수 없고 휘둘리는 상태이다. 만일 행복을 내가 조절할 수 없고, 내가 개선할 수 없는 외부에 있다면, 나는 영원히 불안과 초조 안에서 헤매며 살게 될 것이다. 행복은 풍선 같으면 안 된다. 행복은 비바람이 도달할 수 없는 내 미음 속에 고요히 존재한다.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 되어 내가 내 행복을, 오늘 시처럼, 만드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행복론/최영미

사랑이 올 때는 두 팔 벌려 안고
갈 때는 노래 하나 가슴속에 묻어 놓을 것
추우면 몸을 최대한 웅크릴 것
남이 닦아 논 길로만 다니되
수상한 곳엔 그림자도 비추지 말며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말 것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아예 하지도 말며
확실한 쓸모가 없는 건 배우지 말고
특히 시는 절대로 읽지도 쓰지도 말 것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리되
엎질러진 물도 잘 추스려 훔치고
네 자신을 용서하듯 다른 이를 기꺼이 용서할 것

내일은 또 다른 시시한 해가 떠오르리라 믿으며
잘 보낸 하루가 그저 그렇게 보낸 십년 세월을
보상할 수도 있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을 것

그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더라...

하루에 한 가지 일만 하려고 하는데, 세상이 나를 가만히 나누지 않는다. 그래 아침 글을 이제야 쓴다. 삶은 항상 문제의 연속이다. 이 연속적인 사건들에 일희일비하는 경솔한 마음으로 반응하면 우리는 불행하다. 행복은 내가 조절할 수 없는 것에 기대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짧은 인생동안 반드시 성취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그것에 온전히 몰입하는 일상의 수련이 행복이다. 행복은 들판의 꽃들과 같다. 호박꽃은 그냥 핀 것이다. 그게 자기 실현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나는 생각한다. 자신의 짧은 인생동안 성취해야 할 임무에 몰입되어 있는 사람에게 자신이 속한 사회라는 공동체가 부여한 명예나 불명예, 비난이나 찬양은 그에게 한번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그 경계가 사라진다. 모든 것은 잔물결일 뿐이다. 자신을 위해 무엇을 인위적으로 시도하여 이익을 취하려 시도하지 않는다. 그냥 계절, 아니 때에 맞춰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신의 삶을 더 나은 삶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원칙을 가진 자가 행복하다고 본다. 조심해야 할 일은 행복을 환경이 가져다 주는 상품만을 본다면, 불행하다. 자신의 행복을 방해하는 존재는 제거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자신이 해야 할 한 가지를 숙고를 통해 발견하는 자는 언제나 부자이다. 그는 미래에 이룰 자신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신을 숙고(熟考)한 적이 없고 행복을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찾아 경쟁에 몰두하는 사람은 항상 가난하다. 그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자신의 소유에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가난하다. 그 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을 독립적이고 고유한 존재로 보지 않고, 타인과의 가치를 비교한다. 그런 사람은 늘 다른 이를 부러워 한다.

부러움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할 때,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헛된 바램이다. 부러움이 시간이 흐르면, 시기(猜忌)로 변한다. 자신의 고유함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개 하는 행위가 시기이다. 시기하는 사람은 자신이 내뿜는 나쁜 기운으로 결국 자신도 죽게 된다. 나는, 다른 이와의 비교로 타인을 부러워 하지 말고, 나의 고유함으로 내 자신의 행복을 생산하며 살려고 한다. 오늘 사진의 두 마리 오리처럼 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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