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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시 읽다 (45)

시 읽다 (45): 감이불취(感而不取)

느끼되 가지려 들지 않는다.
꽃은 화병 보다 꽃밭에서 더 아름답다.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보고 잊고, 또 보고 잊고, 그렇게 반갑게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 내 것이 될 것은 남고 아닌 것은 떠난다.
애써 억지로 가지려 들면 잘 되지 않는다.

일 터에 그냥 오고 가지 않는다.
꽃이 있는 경계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꽃/함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것과 내 것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깃발인가
집의 안과 밖이 꽃의 향기를 흠향하러
건배하는 순간인가

눈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 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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