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떠들썩했던 태풍이 "그냥 살짝" 갔나 보다. 불편하지 않게 잠을 잔 것 보면. 어젠 좋은 만남이 오전과 저녁에 두 번이나 있었다. 나를 위해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었다.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윤재철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술값은 재들이 낼 거야
옆 자리 앉은 친구가 귀에 대고 소곤거린다
그때 나는 무슨 계시처럼
죽음을 떠올리고 빙긋이 웃는다
그래 죽을 때도 그러자
화장실 가는 것처럼 슬그머니
화장실 가서 안 오는 것처럼 슬그머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빗돌을 세우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왁자지껄한 잡담 속을 치기배처럼
한 건 하고 흔적 없이 사라지면 돼
아무렴 외로워지는 거야
외로워지는 연습
술집을 빠져나와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 걸으며
마음이 비로소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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