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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시 읽다(24)

시 읽다(24)

삼복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화(火)가 매우 성하고 금(金)이 가장 쇠약해지는 시기다. 이때의 더위를 ‘삼복더위’라 부른다. 한 해 중에서 몸이 가장 무기력해지는 때다. 금이 화에 굴하는 것을 흉하다고 여겨 씨앗을 뿌리거나 혼인하거나 병을 치료하는 것을 삼가기도 했다. 임금은 국정을 쉬었다. 삼복에 몸을 보하기 위해 고기로 국을 끓여 먹고 시원한 물가를 찾아 더위를 이겨내는 일을 '복달임' 또는 '복놀이'라고 한다. 일종의 피서다. 삼복더위가 시작되는 이 때는 매사에 무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

삼복/권지숙

하루가 먼 산허리마냥 지루하다
여름은 순식간에 왔다가 느릿느릿 지나가고
놀이터의 아이들도 어느새 다 자라 버마재비같이 다리만 길어졌다
날카로운 햇살이 흉기처럼 두렵다
낯설기만 한 내 집 발도 머리도 둥둥 떠다니고
손에 잡히는 건 잘게 부서져 낭자한 바닥 그 위를 겅중겅중 뛴다
밖엔 늙은 개 한 마리 땀 같은 피 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