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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만나는 와인 이야기

즐거운 순간은 찾아 오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토요일, 와인을 이야기 하는 날이다. 동시에 <우리마을대학>이 오랜 준비 끝에 "신성 우리마을 토요학교"를 개강했다. 오후에 내가 두 번째로 '와인 문화와 소믈리에' 강의를 했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와인은 인간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와인은 급격하게 취하게 하지 않으므로 대화용으로 적당하다. 그러므로 결과 중심의 음주문화를 없애고 과정 중심의 새로운 음주문화를 만들기에 적합하다. 식 문화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결과 중심적’으로 ‘빨리, 빨리 배만 채우면 그만이다’라는 식이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들의 식사 문화를 ‘과정 중심의 문화’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이 번주는 저녁에 와인을 마실 일이 많았다. 좋은 거다. 그러나 머리가 무겁다. 해야 할 일들은 계속 밀려온다. 새로운 제안들도 넘쳐난다. 그래 와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정용철 시인의 다음 시를 차분하게 필사 한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정용철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듯이
내 마음도 날마다 깨끗하게 씻어
진실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보면 좋겠습니다.

집을 나설 때 머리를 빗고 옷 매무새를 살피듯이
사람 앞에 설 때마다 생각을 다듬고 마음을 추스려
단정한 마음가짐이 되면 좋겠습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치료를 하듯이
내 마음도 아프면 누군가에게 그대로 내보이고
빨리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으면 그 내용을 이해하고 마음에 새기듯이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 그의 삶을 이해하고
마음에 깊이 간직하는 내가 되면 좋겠습니다.

위험한 곳에 가면 몸을 낮추고 더욱 조심하듯이
어려움이 닥치면 더욱 겸손해지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내가 되면 좋겠습니다.

어린아이의 순진한 모습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듯이
내 마음도 순결과 순수함을 만나면
절로 기쁨이 솟아나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면 불을 켜듯이
내 마음의 방에 어둠이 찾아 들면
얼른 불을 밝히고 가까운 곳의 희망부터
하나하나 찾아내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즐거운 순간은 찾아 오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수동적으로 내게 즐거운 순간이 찾아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능동적으로 즐거움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그게 나에게는 와인 마시기이다. 그냥 벌컥벌컥 소주 마시듯이 마시는 것이 아니라, 와인의 맛과 감각을 즐기는 것이다. 오감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들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인문적 삶은 눈을 감고 달리지 않고 충분히 주변을 살피며 굽이굽이 휘돌아 가는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만남이다. 그것도 '비스듬히' 만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직선적인 만남이 아니라, 곡선적인 만남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와인이다. 그래 나는 술을 못 마시거나 안 마시는 사람 하고는 자주 안 만날 생각이다. 나의 경우 와인 마시기는 '직선이 곡선 되게 하는 일'이다. 인문적 삶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기 때문이다. 우대식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강이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이유는/굽은 곳에 생명이 깃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이 에둘러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것은/강마을에 사는 모든 것들에 대한 깊은 감사 때문이다." 어제 함께 했던 동네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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