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하루 종일 봄비치고는 굵은비가 내렸습니다. 울다 지쳐 잠들었지만 새벽에 일어나 다시 우는 누군가처럼, 오늘 아침도 비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춥습니다. 냉이 된장국이 먹고 싶습니다.
냉이의 뿌리는 하얗다/복효근
깊게깊게 뿌리내려서 겨울난 냉이
그 푸릇한 새싹, 하얗고 긴 뿌리까지를
된장 받쳐 뜨물에 끓여놓으면
객지 나간 겨울 입맛이 돌아오곤 하였지
위로 일곱 먹고 난 빈 젖만 빨고 커서
쟈가 저리 부실하다고 그게 늘 걸린다고
먼 산에 눈도 덜 녹았는데
막내 좋아한다고 댓바람에 끓여온 냉잇국
그 푸른 이파리 사이
가늘고 기다란 흰머리 한 올 눈에 띄어
눈치채실라 얼른 건져 감춰놓는데
그러신다 냉이는 잔뿌리까지 먹는 거여……
대충 먹는 냉잇국 하얀 김이 어룽대는데
세상 입맛 살맛 다 달아난 어느 겨울 끝
두고두고 나를 푸르고 아프게 깨울 것이다
차마 먹지 못한 당신의 그 실뿌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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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구글에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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