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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파뉘르쥐의 양떼" 이야기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도 긴 연휴로 한가하다. 그래 오늘은 "파뉘르쥐의 양떼" 이야기를 공유한다. 고속도로에 가득한 귀성 차량을 보고 생각한 것이다. 프랑스ㅣ 16세기 작가 프랑수와 라블레의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4권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어느 날 한 상인이 많은 양을 배 안에 실었다. 갑판은 양떼로 가득했다. 그 배에는 파뉘르쥐도 타고 있었는데, 상인은 그의 좋지 않은 인상을 보고, 그를 무시하는 일을 했다. 그러자 마음이 상한 파뉘르쥐는 그 상인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그는 시치미를 떼고, 양 한 마리를 사겠다고 하면서, 그 양떼 중 우두머리 격인 큰 양을 시가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샀다. 상인은 그의 의도를 모르고 흔쾌히 응하고 그 양을 팔았다. 파뉘르쥐는 그의 양을 아무 말없이 대뜸 물 속으로 던져버렸다. 양들은 자신의 두목의 뒤를 쫓는 습성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갑판 위의 양떼들이 모두 울부짖으며 성큼성큼 바닷속으로 뛰어 들었다. 우두머리의 뒤를 따른 것이다. 결국 한 마리도 남김없이 모두 물 속에 뛰어 들어 버렸고, 상인은 바닷속으로 뛰어들려는 마지막 양의 꼬리를 잡고 늘어지다가 함께 물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위대한 개인'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군중은 양떼와 같다. 왜냐하면 우리는 양 떼를 멈추게 할 수 없다.  양들은 언제나 맨 처음 양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따라가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젠 성묘를 하고, 시골 친구들과 모임을 하고 늦게 집으로 왔다. 오늘 아침은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생각나는 하잔한 아침이다. 오늘까지 마지막 연휴이다.

소주병/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어느 날밤 나는
문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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