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은 2020년 두번째 달인 2월이 시작하는 날이다. 매년 2월 1일이 되면, 나는 오세영 시의 <2월>이 생각난다.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벌써 2월,/지나치지 말고 오늘은/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세계는/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드러내 밝힌다."
그런데, 세상은 어둡다. 신종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전염되고 있어, 모든 이의 일상이 흔들리고 있다. 바쁜 사람들은 국회의원 예비후보들 뿐이다. 오늘 아침은 어제에 이어 두 번째로 나를 두렵게 하는 "지나친 야생동물의 학대를 통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의 창궐"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다. 그러나 인문운동가로서 인종주의와 배타주의로 이루어진 "마음의 바이러스"를 조심하며, 우리의 일상적 삶을 되돌아 본다.
우리의 식생활에 대해 생각 해본다. 왜냐하면 이번 '우한 폐렴'이라는 말로 시작된 신종 바이러스는 중국인들이 박쥐를 잡아 먹는 오랜 식습관이 재앙을 불렀다는 설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청주대학에서 <국제매너>를 강의할 때, 들은 이야기이다. 중국인들은 책상만 빼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먹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개 받은 중국인들의 "8대 진미(珍味)"가 충격적이었다. 매미의 배, 상어 지느러미, 곰 발바닥, 낙타의 혹, 원숭이 입술, 사슴의 꼬리, 개구리 뒷다리, 호랑이 태줄 등이었다. 그리고 가장 비싸고, 높이 치는 요리가 모기눈알 요리라고 했다. 모기눈알을 어떻게 수집하느냐 하면, 박쥐의 *을 모아 물에 담가 소화 안된 모기 눈알만 골라 낸다고 한다. 여기서 멈추겠다. 너무 혐오스럽고, 이 글을 읽다가 기분이 상할 사람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베이징 총국장이라는 유상철님의 칼럼에서 읽은 것이다. 중국인들은 "'야생의 맛(野味)'을 즐기다 '야생의 역습' 당한 것이다." 이말을 하려다 여기까지 온 것이다.
우리는 2003년 사스 때의 일을 잊고 있다. 사스는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로 옮겨진 뒤 다시 사람에게 전파된 것이었다.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숙주로 박쥐가 유력시 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박쥐를 잡아 먹는다고 한다. 유상철 기자에 의하면, 중국에서 '야생동물을 먹는다'는 말엔 신분 과시용의 우쭐함이 배어 있다고 했다. 옛날엔 먹을 게 부족해 야생동물을 잡아 먹었다지만, 시대가 흐르며 돈 있는 자가 자기 보신을 위해 또는 새로운 것을 탐하는 식도락 차원에서 '야생의 맛'을 찾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옛날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 무엇을 먹느냐가 문제였지만, 이젠 먹을 것들이 넘쳐나니 어떻게 먹느냐 고민해야 한다.
이번 창궐하는 신종 바이러스를 보면서, 이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새로운 삶의 기술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바이러스를 이기는 면역체계를 가졌으며 이는 평소 건강관리, 특히 위생관리나 정신력과도 관련이 있다. 동양의 양생(養生)이나 섭생(攝生)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백신이라는 유일한 방법에 기대는 것보다 다양한 해결책을 찾아 보는 것도 지속가능한 우리의 미래에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좀 더 소박한 삶을 살아야 한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물신주의와 성공 지상주의의 경쟁에서 벗어나 좀 더 정신적인 삶에 치중했으면 한다. 불필요하게 다른 생명을 '함부로' 먹는 식습관이나 식도락, 특히 지나친 육식 등을 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문운동가의 입장에서 오늘 아침 이 글이 다소 신경이 쓰인다. 내가 인종주의와 배타주의에 빠진 건 아닌가 생각되기 때문이다. 어제에 이어, 호주의 산불, 눈 없는 겨울을 맞는 우리 이상 겨울 날씨 그리고 신종 바이러스까지 우리의 일상을 장악하니 새로운 삶의 기술을 찾아 보자는 것이 오늘 내 사유의 골격이다. 오늘 아침 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보건 의료 시스템에만 의지하지 말고 내 몸을 지키는 건 나 자신이므로, 내 일상을 되돌아 보자는 것이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의 박원호 교수는 <중앙일보> 칼럼에서, 이럴 때일수록 "신종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마음 속 바이러스인 인종주의와 배타주의"에 더 조심하라고 했다. 인문운동가로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생각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투명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정치의 리더십이다. 우리들의 마음속의 인종주의는 진화되었다. 나와 다르게 생겨서 싫은 것이 아니라 혐오의 이유를 찾고 정당화한다. 중국 인어서 싫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저분하게 살고 병균을 옮겨 오기 때문에 싫은 것이라고. 이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타주의로 흐른다. 일종의 마음 속 변종 바이러스이다. 배타주의는 아픔과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고 서로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만 남은 곳에 공동체가 들어설 자리가 없기 때문에 심각한 바이러스이다. 박교수의 이야기를 인용한다. "혐오와 배제의 바이러스가 지나간 곳에 공동체는 파괴되고, 남은 것은 먼지같은 개인들 밖에 없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하잔한 토요일이다. 그래 길게 썼다. "Dum vita est, spes est."(키케로)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말이다. 1월은 흘러간 시간이다. 이제 새로운 2월 시작이니, 새로운 마음으로 맞을 일이다. 어제 저녁에는 내가 좋아하는 분들이 맛있는 요리와 와인을 가지고 새해 인사를 왔다. 먹고 마시며, 좋은 꿈 이야기들을 했다. 아직 2020년 11달이나 남았다.
새해의 기도/이해인
1월 (해오름달 : Janrary) 에는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하소서
그동안 쌓인 추한 마음 모두 덮어 버리고
이제는 하얀 눈처럼 깨끗하게 하소서
2월 (시샘달 : February) 에는
내 마음에 꿈이 싹트게 하소서
하얀 백지에 내 아름다운 꿈이
또렷이 그려지게 하소서
3월 (물오름달 : March) 에는
내 마음에 믿음이 찾아오게 하소서
의심을 버리고 믿음을 가짐으로
삶에 대한 기쁨과 확신이 있게 하소서
4월 (잎새달 : April) 에는
내 마음이 성실의 의미를 알게 하소서
작은 일 작은 한 시간이
우리 인생을 결정하는 기회임을 알게 하소서
5월 (푸른달 : May) 에는
내 마음이 사랑으로 설레게 하소서
우리 삶의 아름다움은 사랑 안에 있음을 알게 알고
사랑으로 가슴을 물들게 하소서
6월 (누리달 : June) 에는
내 마음이 겸손하게 하소서
남을 귀히 여기고 사랑과 교만에서
내 마음을 멀어지게 하소서
7월 (견우직녀달 : July) 에는
내 마음이 인내의 가치를 알게 하소서
어려움을 참고 오랜 기다림이 없는 열매는
좋은 열매가 아님을 알게 하소서
8월 (타오름달 : August) 에는
내 마음에 쉼을 주시옵소서
건강을 지키고 나와 남을 여유 있게 볼 수 있는
쉼을 갖는 시간을 갖게 하소서
9월 (열매달 : Stember) 에는
내 마음에 평화를 느끼게 하소서
마음의 평화는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성숙할 때 함께 자라는 것임을 알게 하소서
10월 (하늘연달 : October) 에는
내 마음이 은혜를 알게 하소서
나의 오늘이 있게 한 모든 이들의 은혜가
하나하나 생각나게 하소서
11월 (미듬달 : November) 에는
내 마음이 욕심을 버리게 하소서
아직도 남아 있는 욕심과 미움과 갈등을 버리고
빈 마음을 바라보면서 만족하게 하소서
12월 (매듭달 : December) 에는
내 마음이 욕심을 버리게 하소서
계획한 일을 이루었던 이루지 못 했던
지난 한 해의 모든 것을 감사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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