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원을 지나던 중 멀리 풍차 30~40개가 나타나자 풍차들을 거인들로 착각하고 로시난테에 박차를 가하며 달려든다. 산초 판사가 그건 풍차일 뿐이라며 만류하지만 어느새 세차게 돌아가던 풍차 날개에 부딪혀 로시난테와 함께 나둥그러진다.
기행은 멈추지 않는다. 신부가 인도하는 장례 행렬을, 억울하게 죽은 자의 시신을 탈취한 악당의 무리로 여겨, 신부에게 시신을 내놓으라며 생떼를 쓴다. 초원의 양떼를 적군의 행렬로 착각해 양들을 공격하다 목동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다. 비를 피하기 위해 머리에 쓴 어느 이발사의 면도용 대야를 빼앗고는 그게 진귀한 황금투구라며 자신의 머리에 쓰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기도 한다. ‘사악한 무리’를 무찌르기 위한 공격에서 어쩌다 재수 좋게 ‘승리’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두들겨 맞는 등 수난을 당하기 일쑤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으키는 돈키호테의 소동으로 산초 판사는 물론 로시난테, 그리고 산초의 당나귀도 함께 고초를 입는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온몸 성한 곳 없이 다치더라도 모험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돈키호테지만 마음 한편에는 따뜻한 연민도 스며 있다. 한번은 양떼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구실로 여러 달 밀린 품삯을 주지 않고 어린 하인을 학대하는 농부를 크게 꾸짖으며 매질을 멈추게 하고 밀린 품삯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연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어느 사내의 슬픈 사연을 들을 때는 자신의 일처럼 아파하며 위로를 보내는 모습도 보인다. 돈키호테의 기이한 모험은 서서히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많은 이들은 그에게 조롱을 보낸다. 하지만 세상과 인간에 대한 깊은 지혜와 이해심이 그의 광기 이면에 숨어 있음을 인정하는 이들도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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