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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기 : 1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1176.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소설 쓰는 사람, 김연수는 소설 쓰기는 "펄펄 끓는 얼음 물"에 이르기라고 했다. 모든 글쓰기에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젠 겨울 내내 안 오던 눈이 내렸다. 미안했나 보다. 청주 원정 강의를 마치고, 저녁에는 노래 배우기 레슨을 받은 후 다 같이 '멋진' 시간을 가졌다. 서울에서 대학원 제자까지 합류했다. 눈이 오면, 김효근에 <눈>을 부르리라 다짐했는데, 이 겨울이, 이 방학이 다 가기 전에 정말 눈이 왔고, 노래를 같이 '진하게' 불렀다. 그러면서 주님과 깊게 만났다. 그래 오늘 아침은 몇 일전에 써 두었던 "펄펄 끓는 얼음 물에 이르기 위한 5 단계"를 두 번으로 나누어 공유한다.

1. 첫째, 소설을 쓸 때는 더군다나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생각하지 말자. 생각을 생각할 생각도 하지 말자"이다. 생각을 생각한다는 것은 같은 원인으로 같은 결론을 도출한다는 뜻이다.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하며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재수가 없는' 관형어를 빼고, '내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는 '준비가 소홀했구나'로 자연스레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르면, 가만히 놔두면 저절로 삐딱해 진다. 그건 우리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그래 매사에 생각하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3다'라고, '다문', '다독', '다상량'에서 다상량은 사고(思考)를 뜻한다. 생각하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글을 쓸 수 있다. 그냥 글을 쓰기 시작하면 생각이 따라온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문자를 배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소설은 그저 문장일 뿐이다. 생각한 것을 글로 쓸 때 그 생각을 문장으로 바꾸는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는 말이다. 구상이나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한 문장이라도 쓰기 시작하는 거다. 한 글자라도 쓰고 나면, 우리는 비로소 생각할 수 있다. 문장의 단어를 바꾸고 새로 배치해 보는 것이다. 그러니 소설을 쓰겠다면, 생각하지 말고, 쓰고 나서 생각하자.

2. 둘째, 쓴다, 토가 나와도 계속 쓴다. 소설가의 일은 초고를 쓰는 일이다. 그 초고를 앞에 놓고 이렇게 묻는다. 내가 모르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쓸 수 없는 건 무엇인가? 그렇게 해서 일단 모르는 것, 쓸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소설가의 그 다음 일이고, 모르는 것을 알고 쓸 수 없는 것을 쓰는 게 또 그 다음 일이다. 단지 미래에도 읽힐 수 있는 문장, 그게 바로 소설가가 써야 할 문장이다. 그런 문장은 지금 내가 쓸 수 없는 것을 쓰면 된다. 모든 위대한 소설가들은 자신이 쓸 수 없는 것을, 몰랐던 것을 쓴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글쓰기는 '모른다'에서 '안다'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소설가 김연수의 말을 들어보자. "지금은 '모른다'에서 '안다'로 가는 어떤 과정 속에 있을 뿐이다. 그걸 가장 잘 표현하는 동사는 아마도 '산다(生)'가 아닐까? 산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몰랐다가 알게 되는 과정을 뜻한다. 그런 식으로 보자면, 미래에 어울리는 동사는 '모른다'뿐이다. 정리하자면, '과거=안다', 현재=산다', 미래=모른다'의 공식이다." 글쓰기에서 쓸 수 없는 것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일단은 쓰고, 자기가 쓴 것을 명확하게 다듬는 일부터 해야만 한다. 그러니까 쓸 수 없는 것을 쓰기 위해서는 쓸 수 있는 걸 정확하게 쓰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여기서 일상을 지배하며 살다 보면, 모르는 미래의 삶이 알게 된다. 어떻게 살까 고민할 때, 일단 사는 것이 중요하다. 살다 보면, 길이 나오고, 그 길을 잘 고쳐가며 사는 것이다.

겨울이 가기전에 겨울 같아서 겨울을 사랑하기로 했다.

겨울사랑/고정희

그 한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번의 이슥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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