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4. 9. 17. 15:35

2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9월 17일)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면 매일 매일 '감정 일기'를 써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루 있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감정 경험들을 기록해 보는 거다. 내 마음에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기록해 보는 거다. 그리고 자신을 돌보는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하고 일에 우선순위를 둔다. 목표 지향적인 사람은 자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된다. 동시에 많은 일을 해낼 수 없어서 조바심이 날 때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쳐본다. 국민일보의 이지현 종교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의 글에서 얻은 생각이다.

- 한 번에 한 가지 씩만 하자. 그리고 천천히 해보자.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
- 어떤 일에 성공하거나 잘 끝내면 자신에게 상을 준다. 맛있는 것을 먹어도 좋고 평소에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는 것도 좋다.
- 어린 시절 상처받을 정도로 패배한 경험이 있는지 떠올리며 조용히 자신을 성찰하고 분석할 필요도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거다. 부족한 부분을 노력으로 채운다면 그것이 건강한 인생이라는 거다. 어제 만났던 <<어린 왕자>>의 다음 문장이 내 감정 선을 터치해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다. 기적이라 말의 사전적 정의는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 또는 "신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런 기적은 정말 기이한 일일까?

어느 날, 어린 왕자가 사는 작은 별에 씨앗 하나가 날아왔고 꽃을 피웠다. 장미꽃은 어린 왕자를 길들이려고 했지만, 어린 왕자는 장미꽃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것이 사랑이라 고는 더더욱 눈치채지 못했다. 장미꽃도 어린 왕자를 길들여 소유하려고 했지만, 그것을 깨닫기에는 그가 너무 어렸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잘 몰랐으며 바라는 바도 달라 마침내 헤어지고 만다.

실제로 어린 왕자는 장미꽃 씨앗이 처음 날아온 그날부터 장미를 잘 돌보았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봐주었고, 정성껏 물과 바람막이를 제공해주었다. 장미 역시 갓 세상에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인지 표현과 방법이 상당히 서툴렀다. 그래서 둘, 어린 왕자와 장미는 마음이 서로 통하지 못하고 차츰 어긋나 버리고 만다. 꽃들은 원래 자기 마음을 정직하게 말하지 않는데, 어린 왕자는 너무 어려서 그 꽃을 사랑할 줄 몰랐고, 꽃을 사랑하지만 또 마음의 한 구석에서는 꽃도 나를 사랑하는지 의심을 했다. 또한 장미꽃은 어린 왕자가 떠나던 날에게 당신을 사랑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자존심이 강한 장미는 자신이 우는 모습을 어린 왕자에게 보이기 싫어 빨리 가라고 했다.

떠난 후, 어린 왕자는 후회한다. 꽃은 그냥 바라보고 향기를 맡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으며, 꽃이 하는 말로 판단할 게 아니라, 꽃의 행동으로 판단 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리고 장미가 자신에게 투정부린 것은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고 후회를 했다. 어린 왕자는 자신의 평온하고 안정된 삶에 불현듯 찾아와 마음을 어지럽힌 장미 꽃 한 송이 때문에 자신의 소중하고 자그마한 별을 떠나 머나먼 지구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어린 왕자>>의 저자 쎙떽쥐뻬리는 서로 길들여지려면, 서로 노력해야한다고 말한다. '길들여 짐'은 서로 관계를 맺는 거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음과 같이 말해 준다. "우선 참을성이 많아야 해. 처음에는 나랑 좀 멀리 떨어져서 이렇게 풀밭에 앉아 있어. 그러면 내 널 곁눈질로 힐끗 보겠지. 넌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이란 오해를 낳기도 하니까. 그러다가 매일 조금씩 더 가까이 앉는 거야."

길들이며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경계를 풀고 서로에 대해 알아는 시간만큼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지는 거다. 어린 왕자는 조급했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관계가 가까워 지기를 원했다. 그는 더딘 속도의 의미를 알지 못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상처를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어린 왕자는 후에 여우를 만나 진정한 의미의 '관계'를 배웠다.

여우는 어린 왕자가 오는 날을 손꼽으며 그를 기다렸다.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4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 일상이 이상일상이 이일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갑진 것인지 알게 되겠지." 하루는 '함께 여서' 특별해 졌다. 헤어지는 날짜가 다가올수록 눈물이 날 만큼 그들을 가까워졌다. 여우의 눈물에 어린 왕자는 마음을 아프게 할 생각이 없었다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진정한 '장미'의 존재에 대해 전한다. 수백 개의 장미가 피어 있어도 결국 어린 왕자에게 소중한 '특별한 장미'는 소행성에 두고 온 장미라는 사실을 말이다. 여우의 조언을 통해 어린 왕자는 비로소 장미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작별을 앞둔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중요한 비밀을 하나 가르쳐 준다.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그리고 여우는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을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정말 그렇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거다. 그러니까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특히 지금은 내 공간, 내 시간, 내 취향이 중요해진 시대이기 때문에 더하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아닌 '너'를 위해, '나'를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어야 한다. 그러면 사랑의 역설이 이루어진다. 생전 먹지 않던 음식을, 고치지 않던 습관을 바꾸게 하는 게 사랑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헌신을 통해 내 변화를 목격하고, 내가 가진 한계를 확장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랑의 가장 큰 역설이며 기적이 아닐까?

이때, 우리의 일상은 이상, 특별한 것이 되는 것이 아닐까? 오늘 시처럼 말이다.

기적/심재휘

병실 창밖의 먼 노을을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저녁이 되니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네

그후로 노을이 몇 번 더 졌을 뿐인데
나는 그의 이른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루하루가 거푸집으로 찍어내는 것 같아도
눈물로 기운 상복의 늘어진 주머니 속에는
불씨를 살리듯 후후 불어볼 노을이 있어서

나는 그와 함께 소주를 마시던 술집을 지나
닭갈비 타는 냄새를 지나
그의 사라진 말들을 지나 집으로 간다

집집마다 불이 들어오고
점자를 읽듯
아직 불빛을 만질 수 있는 사람들이
한집으로 모여든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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