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6. 1. 4. 22:08

2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1월 4일)

오늘은 두 번째 "화이불창(和而不唱)" 이야기를 한다. "화이불창"은 <<장자>>의 '덕충부' 제4절에 나오는 말이다. '남에게 동조하기는 하지만 스스로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라이프 스타일은 '나'라는 자의식에서 완전히 풀려난 상태로, 마치 물 같은 상태를 말한다. 둥근 그릇에 들어가면 둥글어지고 길쭉한 그릇에 들어가면 길쭉해 지고, 추우면 얼고, 더우면 증발한다. 이것은 완전히 빈 배가 된 상태,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가는 사람이 된다는 말이다. 좀 편하게 살고 싶은 데, 인문 운동가란 운명은 그러질 못한다.

노나라 애공이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위나라에 못생긴 사람이 있었는데, 이름은 애태타라 합니다. 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낸 남자들은 그 사람 생각에 곁을 떠나지 못하고, 그 사람을 본 여자들은 부모에게, 딴 사람의 아내가 되느니 오히려 그 사람의 첩이 되게 해달라고 조르는데, 그 수가 열 몇 명으로 아직도 계속 늘어간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나서서 주창하는 일이 없고, 언제나 사람들에게 동조할 뿐입니다. 임금의 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죽음에서 구해준 일도 없고, 곡식을 쌓아 두고 사람들의 배를 채워 준일도 없습니다. 거기다가 몹시 추하게 생겨서 세상을 놀라게 할 정도입니다. 동조할 뿐, 주창하는 일도 없고, 아는 것이라고는 자기 주변의 일상사를 넘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남자 여자가 그 앞에 몰려드는 것은 그에게 반드시 보통 사람들과 다른 무엇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남의 생각을 그저 묵묵히 들어주면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이다. 즉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뿐 내 생각을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는 사람으로 애타타'란 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얼굴도 못생기고, 돈도 없는 추남이지만 한편 그와 대화를 나눠 본 사람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와 사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바로 <<장자>>에 나오는 애타타란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여 다른 사람을 설득해 본 적도 없지만 모든 사람들이 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바로 애타타의 '화이불창'의 인생 태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저 묵묵히 동조할 뿐, 내 생각을 주장하지 않는 애타타의 인생 태도, 진정 상대방을 위해서는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자의 철학이다.

내가 만든 대화의 원칙은 "S-L-L"이다. 이는, Stop(멈추어라), Look(보아라), Listen(들어라)이다. 말하기 전에 잠깐 멈추어서 생각을 정리한 후에 말한다. 상대의 눈을 바라보면서 대화를 하여야 하고 상대가 말을 할 때는 또한 그의 눈을 바라봄으로써 관심을 표명한다. 대화에서 말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이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하다. 쉽지 않다. 하고 싶은 말을 참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화만 시작하면 다투는 사람은 말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듣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聖人’이라는 한문 글자를 풀이하면, 귀 이(耳)자가 먼저 오고, 그 뒤에 입 구(口)자와 임금 왕(王)자가 합해진 글자이다. 그 뜻을 풀어 보면, 먼저 듣고(耳), 말하기를(口) 가장 잘하는 사람(王)이 성인이다. 즉, 남의 말을 잘 듣는 ‘경청 맨’이 ‘성인’이다. 그리고 탈무드에도 ‘인간은 입이 하나인데 귀가 둘이 있다’라고 쓰여 있다. 이는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두 배 더 하라”는 뜻일 것이다. 즉, 최고의 대화술이 듣는 것이다. 그리고 카네기도 대화의 "1․2․3 법칙"을 말하고 있다. 이것도 '하고 싶은 말은 1분하고, 상대방 말은 2분 이상 들어주며, 이 때 단순히 듣지만 말고, 들으면서 맞장구를 치는데 3분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1번 말하고, 2번 듣고, 3번 맞장구치라는 말이다. 이 두 가지 법칙에 충실하면 '상대가 나를 이해하여 준다'고 생각하게 되며 신뢰를 쌓게 될 것이다.

온전히 남의 말을 잘 듣는 일은 어렵다. 남의 말을 잘 듣는 데도 능력이 필요하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의 내용 하나를 오늘 아침 공유한다. 그 책은 토마스 쯔바이펠이 쓴 『듣기력』(박주관 역, 에코 비즈니스, 2004)이다. 지금은 이 책을 구하기 어렵다. 어느 날, 내 누님이 주신 책이었다. 그는 듣기 능력을 8 단계로 나눈다. 내 듣기 능력은 몇 단계일까?

1. 0단계: 듣기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고 아무 것도 듣지 않는 수준이다.
2. 1단계: 상대방의 말을 듣는 척하는 사람이다. 실제로는 듣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듣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3. 2단계: 상대방의 말을 통제하는 사람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듣기보다는 몸동작이나 얼굴 표정, 소리를 통해 상대가 말을 할 때 영향을 미치는 듣기이다.
4. 3단계: 상대방을 말을 걸러내는 사람이다.  상대방의 말을 '해석'이라는 절차를 거쳐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의 3단계까지, '무시하기', '척하기', '통제하기', '걸러 내기'는 듣기 능력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말하는 동안 배울 것이 없다'는 격언을 받아들이면, 그들은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다. 진정한 경청은 다음 단계 부터이다.
1. 4단계: 상대방의 말을 존중하는 사람이다. '존중하기'는 자신이 할 말을 머릿속에서 지운 상태로 상대방의 말에 자신의 모든 것을 집중하는 것이다.
2. 5단계: 상대방의 말을 공감하는 사람이다. '공감하기'는 상대방의 신발을 신고 자신이 그가 되어 서 보는 것이다.
3. 6단계:  상대방의 말을 발생시키는 사람이다. '발생시키기'는 상대방이 돋보이게 하며 듣는 단계이다.
4. 7단계: 말을 하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듣는 사람이다. 이 단계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말하는 동안 상대방이 내 말을 어떻게 듣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상배방의 말을 잘 듣는 경청은 절제이며 겸손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경청의 태도는 우리들이 다름 사람에게 나타내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찬사 중 하나이다. 등등 듣기를 강조하는 격언들은 많다.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할 방법들을 찾아 보는 일이다. 수녀님이 가르쳐 주신 것과 나의 방식들을 나열해 본다.
• 말하는 이의 눈을 바로 보며 주의 깊게 듣기
• 상대방이 하는 말을 정리하여 질문 식으로 확인해 보기
•  부탁 받은 심부름을 좀 더 정확히 하기 위해서 또는 말하는 이의 말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반복해서 되물어 보기
• 잊어 버리지 않도록 메모하기
• 상대방의 말을 딴생각하지 않고 귀담아 듣기
• 상대가 하려는 말을 다할 수 있도록 다독여주고 중간 중간에 상대방의 말을 장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제스처나 말을 곁들이기

정리를 하면, '화이불창'이란 '화합하나 주장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남의 주장에는 찬성하나 자기의 설은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조화롭게 살면서도 자시를 고집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를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듣기이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수녀님의 시처럼, 아침에 일어나면, "들어라"를 세 번 말하고, 자기 전에 또 다시 "들었니?"를 세 번 반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경청은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은 물론이며,  그 내면에 깔려 있는 동기나 정서에 귀를 기울여 듣고 이해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 하여 주는 것이다.

듣기/이해인

귀로 듣고
몸으로 듣고
마음으로 듣고
전인적인 들음만이
사랑입니다

모든 불행은
듣지 않음에서 시작됨을
모르지 않으면서
잘 듣지 않고
말만 많이 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바로 나였네요

아침에 일어나면
나에게 외칩니다

들어라
들어라
들어라

하루의 문을 닫는
한밤중에
나에게 외칩니다

들었니?
들었니?
들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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