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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둔입정(治屯立鼎)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6. 1. 1. 18:32

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1월 1일)

다시 받은 백지 한 장, 올해는 균형을 찾는 일들로 가득 채울 생각이다. 그래 이 시를 공유한다. 근하 신년! 해피 뉴 이어!

새해를 향하여/임영조

다시 받는다
서설처럼 차고 빛 부신
희망의 백지 한 장
누구나 공평하게 새로 받는다
이 순백의 반듯한 여백 위에
무엇이든 시작하며 잘될 것 같아
가슴 설레는 시험지 한 장
절대로 여벌은 없다
나는 또 무엇부터 적을까?
소학교 운동회날 억지로
스타트 라인에 선 아이처럼
도무지 난감하고 두렵다
이번만은 기필코……
인생에 대하여
행복에 대하여
건강에 대하여
몇 번씩 고쳐 쓰는 답안지
그러나 정답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재수인가? 삼수인가?
아니면 영원한 미지수(未知修)인가?
문득 내 나이가 무겁다
창문 밖 늙은 감나무 위엔
새 조끼를 입고 온 까치 한 쌍
까작까작 안부를 묻는다, 내내
소식 없던 친구의 연하장처럼
근하 신년! 해피 뉴 이어!

2025년 첫날 택한 사자성어는 '치둔입정(治屯立鼎)'이다. <<주역>>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 '어려운 운명(屯)을 몸과 마음을 다해 혁신해 좋은 결과(鼎)로 바꾼다'는 뜻이다. 정(鼎)자에 방점을 찍는다. '솥 정자'이다. 옛날 솥은 발이 3 개, 귀가 2개이었다. 발 3개는 협력과 균형을, 귀 2 개는 경청을 가리킨다. 밥을 지으려면, 깨끗이 씻어서 쌀을 안쳐야 하 듯이, 어려운 운명을 극복하려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협력, 협치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둔'이라는 말은 제3괘인 <수뢰둔(水雷屯)> 괘에 나온 말이다. '둔은 ‘어렵다’는 뜻이다. ‘둔(屯)’자는 ‘어려울 둔’자로도 쓰이고, '어려울 난(難)'자와 통한다. 어떻게 어렵다는 말인가? 다음과 3 가지이다.
- ‘시교이난생(始交而難生)’으로 ‘처음 사귀어 어렵다’는 뜻이다.
- ‘즉녹무우(卽鹿无虞)’다. ‘사슴을 쫓는데 몰이꾼이 없다’는 뜻이다. 사슴 사냥에 몰이꾼이 없으면 어찌 되겠나. 혼자서 산속으로 자꾸 들어가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 협치가 필요하다.
- ‘승마반여(乘馬班如)’다. ‘말을 탔다가 내린다’는 뜻이다. 말을 탔으면 달려가야 하는데, 그대로 내렸다는 건 '중도하차'와 같다.

무슨 일이고 초창기(草創期)에는 어려운 것이다. 주역은 하늘과 땅을 설명한 다음에 '어려울 둔'자 둔(屯)괘를 놓았다. 천지가 창조된 뒤에 만물이 처음 나오느라 어렵다는 것이다. 어머니 뱃속에서 아기가 나오느라 어렵고, 땅에서 초목이 촉이 터 나오느라 어렵다. 그래서 둔괘는 어려울 난자, 날 생자 난생(難生)이라고 했다.

주역(周易)은 정해진 운명인가? 아니다. 바꿀 수 있다. 주역(周易)의 역(易)은 ‘바꿀 역’자 이다. 지금 어렵다고 한탄만 하 일은 아니다. 이치에 맞게 변화를 꾀해야 한다. '궁즉변 변즉통(窮卽變 變卽通)'이다. 궁하면 변화를 꾀해야 하고, 변화되면 통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럼 어려운 처지인 ‘둔(屯)’을 어떻게 바꿀 수 있나? 주역은 정해진 괘를 바탕으로,  정해진 울타리 안에서 그런 변화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수뢰둔(水雷屯)’ 괘의 음이 양이 되고,  양이 음이 되면 <화풍정(火風鼎)> 괘가 나온다. 이 ‘화풍정’괘를 상하로 뒤집으면 ‘택화혁(澤火革)’괘가 된다. 그러니까 ‘둔(屯)’자를 ‘정(鼎)’자와  ‘혁(革)’자로 바꿀 수 있다.

<수뢰 둔>괘의 각 양효는 음효로, 음효는 양효로 바꾸면, <화풍 정> 괘가 나오고, <<택화 혁> 괘의 내과와 외괘를 위 아래로 뒤집으면 <화풍 정> 괘가 된다.

<화풍 정(鼎)> 괘는 외괘가 <이화(離火, ☲)>, 내괘가 <손풍(巽風), ☴)>으로 이루어진 괘를 ‘정(鼎)’이라 한다. 화풍정(火風鼎)괘는 솥의 형상을 바탕으로 그 기운의 양상을 표현하고 있다. 인간이 먹을 밥을 짓기 위해서는 솥에 물과 쌀을 넣고 불을 지펴서 익혀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솥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그 제도에 맡게 사회의 모든 요소를 불로 담금 질 하여 익혀야 한다. 인간이 새로운 명을 받아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세를 바로 하고 하늘로부터 받은 명을 잘 응결하여야 한다. 택화혁(澤火革)괘의 혁명(革命)은 화풍정(火風鼎)괘의 응명(凝命)을 통하여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게 바꾸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내 운명이라면 나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나라의 운명이라면 구성원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변화에는 축적된 에너지가 필요하다. ‘정(鼎)’은 ‘솥’을 뜻한다.  솥은 밥 짓는 일이다. 우리들에게 밥은 생명이다. 그러니 밥을 잘 지으려면 먼저 묵은 솥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솥에 쌀을 넣는데 ‘내 짝에게 병이 있다(我仇有疾)’고 했다. 상대방이 나에게 방해가 된다는 뜻이다. 이럴 때는 서로 조심하고 삼가라고 했다.  상대를 억지로 내 편으로 만들려고 하지 말고 조금씩 양보하며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 밥을 지을 수 있다.

‘둔(屯)’자가 변해서 된 ‘혁(革)’자는 뭔가? 혁신이다. ‘혁(革)’은 옛 것을 버리는 것이기에 새로운 성과를 뜻한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계획 없이 조급하게 나가면 흉하다고 했다. 서로가 신중함의 지극함을 지녀야 한다.

2025년의 사자성어로 택한 ‘치둔입정(治屯入鼎)’은 “어려운 상황(屯)을 솥(鼎)처럼 좋은 상태로 바꿔야 한다. 옛 솥은 발이 세 개, 귀가 두 개다.  세 발은 협력과 균형을, 두 귀는 경청을 뜻한다. 그래 몇 년 전부터 다짐하고 있는 나의 삶의 지표를 오늘 다시 한 번 더 소환한다. 이렇게 살고 싶다. 2025년에도 새겨야 할 5유(有)와 5무(無)이다.
1. 자족/탐욕(99의 노예)
2. 침묵/TMT(too much talk)
3. 여유/초조, 조급(생존)
4. 다양성/투덜거림
5. 양면성/하소연이나 푸념

좀 자세하게 정리해 본다.
▪ '99의 노예'라는 말을 기억하자. 그것은 가진 것이 아무리 많아도 만족하지 못하고, 부족한 1을 채워 100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해 일에 매달리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는 모두 부족한 1의 욕심 때문에 가지고 있는 99의 기쁨과 행복을 잊고 산다. 너무 욕심 내지 말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하루에 한 가지 일만 하며, 좀 단순하게 살자. 행복의 내용을 바꾸어야 한다. 과욕에서 소욕지족(小欲知足, 작고 적은 것으로 만족)으로, 경쟁과 대립에서 협동과 상생으로, 획일과 차별에서 평등과 개성으로, 목표와 욕망에서 의미와 나눔으로 바꾸어야 한다. 게다가 꿈도 동사이어야 한다. 꿈은 끊임없이 꾸는 것이다. 꾼다고 하는 것은 동사이고 형용사이고 부사이다. 나의 꿈에 아름답고 지혜로운 형용사와 부사를 달아주는 나머지 날들을 나는 살고 싶다. 꿈이 수식어가 생략된 명사가 되면 삶이 건조하다. 꿈을 직업의 이름에 묶어 두고 싶지 않다. 꿈에 형용사와 부사의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예컨대, 비겁한 작가보다 양심적인 작가를 꿈꾸고 싶다. 무엇이 되는 것보다 어떠한 사람이 되는 가가 더 중요하다.

▪ 좀 더 침묵하자. 눈을 가리면 귀가 열리는데, 침묵을 하면 눈이 열리는 데 말이다. 침묵하면, 밖의 작은 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침묵하고, 상대방을 보니 안 보이는 표정도 보인다. 말 많은 남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더 말을 아끼자. Too much talk를 조심한다. 즉 말을 좀 아낀다. 대화의 3분의 2을 듣는 데 쓴다. 이를  '3분의 2원칙'이라 한다. 주어진 대화 시간의 3분의 2를 듣고, 나머지는 그 질문에 대답하는 데 쓰기로 한다. A.G 래플리에 의하면, 이를 통해 반대 자들의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많은 사람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환영 받는 지름길은 적게 말하고, 많이 듣는 것이다.

▪ 너무 생존에 힘들어 하면서, 시간을 쏟지 말자. 그러면 우리는 자기 취향을 모르고 살기에 급급하다. 그래봐야, 사는 형편이 나아지는 게 아니다. 삶이 힘들어 일상에 지치더라도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나의 취향이 생긴다. '나는 무슨 색깔의 옷을 좋아하는가?" 그 색깔의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표현하여야 한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야 한다. 그런 질문을 하며, 생각해야 여유가 생기고, 자신의 일상을 지배할 수 있다. 좀 여유를 갖고, 감각이 살아있도록 하고, 생의 에너지를 키운다. 생명력을 키운다.

▪ 세상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투덜거리지 않는다. 그러려면, 피해 의식을 버려야 한다. 그 피해 의식은 차별 받는다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다. 다름이 피해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다름이 다양성으로 존재하여 그 조직을 더 생기 있게 한다고 믿어야 한다. 다양성은 서로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만들어 더 경쟁력 있게 만든다.

▪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하소연 하지 말자. 하소연이란 나의 억울한 일이나 잘못된 일, 딱한 사정 따위를 말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 한테 하소연 하는 것은 만나는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다. 투덜대는 말도 하지 말자. 차리리 침묵하자. 일보다 투덜대거나 하소연을 들어주는 데, 에너지를 사용하면 그만큼 일하는 데 에너지를 덜 쓰게 된다. 사람 사는 일에서 중요한 것은 에너지를 잘 배분하는 일이다. 쓸데 없는 곳에 자기 자신의 에너지를 쓰는 것이야 괜찮지만, 내 하소연이나 투덜거림으로 상대의 에너지를 빼앗는 것은 잘못이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세상 만사는 다 양면성이 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그러니 그걸로 인해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다. 또 무언가를 얻었을 때는 '이걸로 인해 잃을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질문해 보는 것도 좋다. 그럼 시선이 높아지고, 거기서 시선이 높아지면, 시야를 다양하게 바꾸어 볼 수 있다.

2025년에는 세상을 밝은 눈으로 보며, 마음 비우고, 웃으며 살기로 다짐하는 반성문이다. 딱딱하고 굳은 것은 죽음의 길이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것이 삶의 길임을 깨닫고, 몸과 마음이 유연(柔然)하게 갖는다. 세상 일에 다 원인과 이유가 있음을 알아서 그저 남의 탓만 하지 말고 먼저 나를 돌아보고 나로 말미암아 시작하는 2025 을사년을 살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 자를 좋아한다. 특히 난 '5유'를 자주 생각한다. '여유(餘裕)', "자유(自由)', '사유(思惟)' 그리고 YOU(당신). 2024년을 마치면서 한 가지 '유'가 더 생겼다. 향유(享有).

이런 내 마음을 잘 표현해 주는 것이 노자 <도덕경> 제45장의 5가지 도(道)의 모습이다. 2021년에 '건너 가야' 할  5 가지의 '고졸(古拙)의 멋'의 세계, 즉 결(缺), 충(沖), 굴(屈), 졸(拙), 눌(訥)의 세계를 늘 기억할 생각이다.
▪ 대성약결(大成若缺) - 'Big ME'에서 'Little ME'로: 대성(大成)의 세계에서 결(缺)의 세계로 건너가기
▪ 대영약충(大盈若沖) = 가득함에서 비움으로: 대영(大盈)의 세계에서 충(沖)의 세계로 건너가기
▪ 대직약굴(大直若窟) - 바른 길에서 구부러진 길로: 대직(大直)의 세계에서 굴(窟)의 세계로 건너가기:
▪ 대교약졸(大巧若拙) - 화려에서 질박으로: 대교(大巧)의 세계에서 졸(拙)의 세게로 건너가기
▪ 대변약눌(大辯若訥) - 웅변에서 눌변으로: 대변(大辯)의 세계에서 눌(訥)의 세계로 건너가기

<<도덕경>> 제45장을 내 나름대로 번역하면 이렇다. "다 완성된 것도 빈틈이 있어야 그걸 쓰는 데 불편함이 없고, 가득 채웠더라도 빈 곳이 있어야 언제라도 쓸 수 있다. 구불구불한 길이 바른 길이며, 질박하고 서툴러 보인 것이 화려하고 정교한 것이며, 어눌한 눌변이 곤 완벽한 말 솜씨인 것이다. 고요함은 시끄러움을 극복하고, 냉정함은 날뜀을 극복한다. 맑고 고요함이 세상의 표준(천하의 정도)이다."

큰 그릇은 흙이 많이 들어간 그릇이 아니라 빈 공간이 많은 그릇을 의미한다. 나는 이것을 '그릇 론'이라 부른다.  자신을 큰 그릇으로 만들려면,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모자란 듯이 보이는 것이 크게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하고, 빈 듯이 보이는 것이 오히려 가득 찬 것으로 생각하고, 구부러진 것이 오히려 크게 곧은 것으로 생각하고, 서툰 것이 오히려 크게 솜씨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더듬더듬 거리는 말이 크게 말 잘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산을 떨면 추위를 이겨내지만, 이렇게 더워진 것은 고요함(靜)으로 이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맑고 고요함(淸靜)이 '하늘 아래 바름(모든 힘의 근원, The still point)'라는 것이다.

다른 글들은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또는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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