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12. 14. 21:16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12월 11일)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이 강호 포르투갈을 이기고 사상 세 번째 16강 진출을 확정 지을 당시 선수들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적힌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후 우리 사회 곳곳에 ‘중꺾마’라는 줄임말이 확산되면서 회자되고 있다. 이제 이 말은 대한민국의 투혼과 불굴의 투지를 지칭하는 대명사가 됐다.

'어차피 끝났다'는 냉소를 물리치고, 세계적 강팀에도 주눅들지 않고 끝까지 '우리의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16강이었다. 어느 세대보다 수많은 포기를 강요 받아온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포기하지 않고, 버텼을 때, 비로소 자신들이 추구하던 가치를 지킬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그 울림이 압축된 한마디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중꺾마'는 이른바 롤드컵으로 알려진 게임대회(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에서 프로게이머로선 노장인 김혁규가 약체팀을 이끌고 세계 최강팀을 무너뜨리며 밝힌 우승 소감에서 유래됐다. 1차전에서 패배한 김혁규는 "지긴 했지만, 저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의지를 다졌고, 끝내 이겼다. 7번의 도전 끝에 이뤄낸 언더도그(underdog, 약자)의 승리였다. 2022년의 '중꺾마'는 2002년의 '꿈은 이루어진다'와 결이 좀 다르다. 둘 다 '포기하지마'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중꺾마'는 '지더라도 내 길을 꿋꿋이 걸어가겠다'는 것. 즉, '물러섬 없는 과정에 대한 의지의 표명'이다. 반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성취 지향적 소망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청년세대의 저항의 외침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사회가 강요하는 획일화된 평가 기준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이자, 저마다의 다양한 '꺾이지 않음'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라는 것.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지난 6일 '승률 9% '알빠임'… 월드컵이 MZ세대 정신 바꿨다'는 제목의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정형화된 데이터로 축소할 수 없는 나, 즉 개인의 잠재성을 스스로 입증해 보이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한국일보 강윤주 기자의 '멋진' 심층보도에서 읽은 것이다.

"알빠임"은 '네가 누군지 내가 알 바가 아니다'의 줄임 말로 '아무리 상대팀의 전력이 강해도 누구인지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경기를 치르는 게 중요하다'는 뜻으로 요즘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는 표현이다. 한 대학생은 "한국 선수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응원을 받는 느낌이었다"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경쟁자가 많아도 상대가 아무리 스펙이 뛰어나도 '알빠임'의 마음으로 면접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알빠임'과 과 '중꺾마'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MZ세대(1996~2012년 출생)를 중심으로 크게 유행하고 있다. 누리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명패를 '알빠임'과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줄줄이 바꿔 달았고, 온라인엔 이 두 문구를 해시태그로 단 글이 굴비 엮이듯 이어졌다. 두 문구는 유행의 척도인 TV 예능 프로그램 자막에도 등장했다. '100만 구독자'를 거느린 문상훈 등 인기 유튜버들도 두 문구를 활용한 영상을 줄줄이 내놨다. 두 문구를 둘러싼 유행의 양상은 '밈'(meme·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을 넘어 MZ세대의 의지를 표현하는 '세대 정신'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SNS엔 '2023년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시련을 만나도 알빠임의 자세로 살아가겠다'는 글이 우후죽순 올라오고 있다. 이는 "내 잠재성 증명할 것"이란 선언이라 보인다.

이런 흐름은 과거의 결과만을 토대로 미래를 단정적으로 예측해 가능성과 잠재력을 축소하는 빅데이터 시대에 대한 청년세대의 저항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알빠임'이 '남들, 즉 사회의 평가에 주눅 들지 않고 도전하겠다'는 적극적 자세라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은 '지금의 나에게 집중하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희망의 표현'이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모든 것을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사회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반대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란 과거 데이터들로 포착할 수 없고 수치화할 수 없는 측면들이 분명 존재한다"며 "두 문구는 수치화된 데이터 사회의 정형화된 데이터로 축소할 수 없는 나 즉 개인의 잠재성을 스스로 입증해 보이겠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과거의 행동 패턴이나 결과들이 현재의 자신을 전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믿음과 열린 미래에 대한 희망이 두 문구에 대한 MZ세대의 환호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요즘 청년들은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가졌지만, 단군 이래 최대 희망이 없는 세대"라고 불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는 '초(超)불확실성의 시대'를 직면했다. 대입과 취업 준비 등으로 이 시기를 치열하게 통과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과거의 데이터가 '미래의 정답'이 될 수 없는 배경이다. 역시 한국일보 양승준 기자의 '멋진' 심층보도에서 읽은 것이다.

초불확실성 시대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2002년 월드컵에서 "꿈은 이루어진다"는 '붉은 악마'의 외침은 20년이 흘러 "알빠임"과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전자가 결과 중심의 응원이라면 후자는 과정에 집중한다는 거다. 모두가 어려운 지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가  우리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우리 인생은 우리의 생각이 만드는 것"이라 했다. 그런 생각에서 엘렌 랭어의 <<마음 챙김(mindfulness)>>에서 읽은 내용은 내일 아침에  공유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과 함께 12월 벌써 10이나 지났다. 그래 오늘 아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12월의 기도>를 드린다.

12월의 기도/김소희

열 한달을 보내고
나머지 한달을 맞이 했습니다

외로움, 쓸쓸함보다는
다정한 한달이 되었으면 합니다

바람도 불고 몹시 춥지만
마음만은 난로처럼
따뜻한 한달이 되었으면 합니다

내게서 멀어져 간 사람
서운했던 사람
미웠던 사람
나를 싫어했던 모든 이들에게

그윽한 커피 한잔 나눌 수 있는
그런 한달이 되었으면 합니다

12월은 외로운 달이 아니라
열 한달을 감사하는 달입니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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