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스스로의 처신 방법과 인격 수양에 달려 있다.
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12월 10일)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한 사람의 불법적 명령으로 명예롭게 군 생활을 해 온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됐다”며 “사필귀정이 되기를 바란다" 고 벅정훈 대령이 말한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12,3 비상계엄 사태를 보고, 는 “하늘이 우리나라를 돕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윤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불법적 명령’이었다고 밝혔다. “한 사람의 위법한 명령이 상관의 명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 이들을 내란죄 공범으로 만들었다”며 “거부하면 항명죄, 순응하면 내란죄 책임을 져야 하는 불행한 일이 왜 생겨야 하냐”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는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이 커가고 있다고도 말했다. 또한 “1년 반 동안 절대 권력에 맞서 싸움을 벌이는 불가능한 일에 대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암울했다”며 “하지만 죽음 같은 시간을 버티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승리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1년 반 가까운 시간을 보내니 불의한 사람들이 단죄 받을 것을 꿈꾸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피해를 입은 여러 군인들을 보며, 다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서 소환되는 고전에서 만난 한 문장이 있다.
<<맹자(孟子)>>의 다음 구절이다. “창랑의 물이 맑음이여 나의 갓끈을 씻으리라. 창랑의 물이 흐림이여 나의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이다. 굴원(屈原)의 고사에서 유래한 이 구절은 물의 맑음과 흐림이 그러하듯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스스로의 처신 방법과 인격 수양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안 좋고, 억지로 승진하거나 어떤 자리를 가게 될 때 선택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상황이 나쁘면 "탁족"하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 제 운명을 다 채우고 삶을 마치는 길이다. 사람들은 탁족을 피서법이라고 말하지만, 어떤 때를 기다리며 운명을 기다리는 기술이다.
<탁족>이라는 시도 생각난다.
탁족/김원룡
분수대로 살면 욕먹을 일 없고
만족할 줄 알면 절로 한가롭다.
분수를 모르니 욕을 먹는 거고
매사 만족을 못하니 허둥대는 거고
그렇게 아등바등 살면
삶이 풍요롭기보단
더 허허로워진다는 이야기이다.
안분신무욕 安分身無辱
지족심자한 知足心自閑
굴원 이야기는 이렇게 전해진다. 굴원이 죄 없이 추방을 당해 강가나 연못가를 거닐며 슬픈 노래 읊조리니 얼굴은 시름겨워 초췌해지고 몸이 수척해 있었다. 어부가 이를 보고 물어 말하길. "그대는 삼려대부(三閭大父) 아니신가요? 이런 곳엘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굴원이 대답하여 말을 하기를, "온 세상 모두가 흐려 있는데 나 혼자만이 맑고 깨끗하고, 뭇 사람들 모두가 취해있는데 나 혼자만이 맑은 정신 깨어 있어서 이렇게 추방을 당했소."
어부가 이 말을 듣고 말하기를, "성인은 사물에 얽매이거나 막히지 않고 능히 세상을 따라 나가니 세상 사람 모두가 흐려 있다면 왜 그 진흙을 휘젓고 흙탕물을 일으키지 않으며 뭇사람들이 모두 취해 있으면 왜 그 술지게미를 먹고 薄酒(박주)를 마시지 않고는 무슨 까닭으로 깊은 생각과 고상한 행동으로 스스로 추방을 당 하였소?
굴원이 이 말 듣고 대답하였다. "내 일찍 이런 말 들은 적이 있네. 새로 머리 감은 이는 갓(모자) 먼지 털어 쓰고, 막 목욕을 한 자는 반드시 옷을 털어 입는다고 하였네. 그러니 어찌 이 깨끗한 내 몸으로 저 더러움을 받을 수 있겠 소? 차라리 상강에 뛰어들어 물고기 뱃속에 장사 지낼 지 언정 어찌 이 희고 깨끗한 내 몸으로 세속의 먼지를 뒤집어 쓴 단 말이요?"
어부는 빙그레 웃고는 돛대를 올려 떠나며 노래하길 '창랑의 물결이 맑을 때라면 이 내 갓끈 씻을 수 있고, 창랑의 물결이 흐릴 때라면 이 내 발이나 씻어보리라.'
어부는 마침내 떠나가고 굴원은 다시 그와 더불어 말하지 못하였다. 창랑의 물이 맑은 때란 치세를, 창랑의 물이 흐린 때란 난세를 의미한다. 그리고 갓끈을 씻는다는 것은 의관을 정제하고 정치와 사회에 적극 참여한다는 뜻이고 발을 씻는 다는 것은 은거를 의미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 가? 맑은 정신으로 살기가 쉽지 않다. 발을 씻어야 할 모양이다.
중국 고사 하나 더 공유한다. 옛날 중국 요(遼)나라에 허유(許由)라는 현명한 성인(聖人)이 있었는데, 요임금(遼王)은 자신보다 훌륭한 허유에게 왕의 자리를 양보하려고 그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해와 달이 떠 있는데 횃불을 든다는 것은 웃음거리고, 비가 오는데 밭에 물을 주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이 나라에는 허유라는 성인이 있는데 내가 임금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허유에게 임금 자리를 넘겨 주겠노라.” 허유는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하고, 도리어 그 말을 들은 귀가 더렵혀 졌다며 흐르는 계곡물에 귀를 씻었다. 마침 허유를 찾아왔던 친구 소보(巢父)는 허유의 말을 듣고 귀를 씻은 물에 자신이 몰고 온 소의 입이 더럽혀질까 봐 두려워 상류로 올라가 물을 먹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그림이 <허유세이도(許由洗耳圖)>이다. 지금 우리 언론은 너무 이상한 말들을 해서 귀를 씻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허유는 '평소 새들은 숲 속에 둥지를 지어도 나뭇가지 하나만 족하고, 큰 짐승이 강물을 마신다 해도 배가 차면 그만이라는 지족(知足)의 도리를 가르쳤고,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보고 머무를 줄 아는 ‘지지불태(知止不殆)’와 자신의 분수를 알고 만족하면 평안하다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지혜를 갖추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존경받는 현명한 사람이 된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생활 수준이 있다. 자신의 신분과 정도에 맞게 살고 행동하는 것이며, "분수"의 '분(分)'은 '몫'이란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몫이 있고 자기 형편과 처지가 다르다. 형편과 처지에 맞게 사는 것은 제 분수를 아는 것이다. 균형감을 상실하게 되는 이유는 자신감이 지나치거나 욕심이 많아서 이다. 자신감이 지나침은 오만이 되고, 욕심이 많으면 과욕이 되어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옛날 한 나그네가 날이 저물어 여인숙에 머물게 되었는데, 여인숙 주인이 부인을 둘이나 데리고 살고 있었다. 한 여자는 매우 미인이고, 다른 여인은 못생긴 여자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못생긴 여자가 주인의 사랑을 받고 있었고, 잘생긴 여인은 오히려 박대(薄待)를 받고 있었다. 이상하게 여긴 나그네는 주인에게 물었다. “여보! 주인 양반, 내가 볼 때 그 여자는 못 생겼는데, 어찌 잘 생긴 저 여자보다 당신의 사랑을 더 받고 있으니 궁금하오.” 그러자 여인숙 주인은 “저 여자는 미인은 틀림없는데, 스스로 미인 인체 하기 때문에 나는 저 여자의 아름다운 모습을 모르겠고, 그 여자는 얼굴은 못 생겼지만 제 스스로 못난 구석을 알고 처신하기 때문에 못생긴 것이 오히려 예쁘게 보이기 때문이지요.”
가끔 얼굴 값 한다고 시건 방을 떠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지위가 좀 높다고 어깨에 힘을 주기도 하며, 교만한 눈빛으로 남을 무시하는 사람, 별로 떳떳하지 못한 돈 푼이나 있다고 우쭐대는 사람도 있다. 오만과 겸허(謙虛), 겸손(謙遜)은 자기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려는 태도를 말한다.
‘안분지족’과 비슷한 성어로, 가난하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긴다는 ‘안빈낙도(安貧樂道)’가 있다. '안빈낙도',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산 속으로 들어가서, 비록 가난하더라도 걱정 하나 없이 맘 편히 지내는 일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말은 '낙도(樂道)'이다. '안빈(安貧)'에만 초점을 맞추어 가볍게 사용하면, 삶 속에서 안빈낙도의 정신을 생산하지 못한다.
안빈낙도라는 말은 <논어>의 "옹야" 편에서 제자 안회를 평하는 다음 문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 "안회야, 너 참 대단하구나! 한 바구니의 밥과 한 바가지의 물로 끼니를 때우고, 누추한 거리에서 구차하게 지내는 것을 딴 사람 같으면 우울해하고 아주 힘들어 할 터인데, 너는 그렇게 살면서도 자신의 즐거워하는 바를 달리하지 않으니 정말 대단하구나!"
가난함을 즐기는 태도보다, 가난함 속에서도 마음이 변하여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거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지 않고, 그 가난함 속에서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이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외부적인 것에 탓을 하거나 원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중심을 굳건하게 잡은 후 외부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삶의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나는 지금 '안분지족'의 상태에서 '안빈낙도'하며 "탁족"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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