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 모두가 "감미(甘美)롭고 안락(安樂)한 삶을 사는 것, 그 심미적 삶의 느낌을 갖는 거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12. 2. 15:59

2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11월 29일)

오늘 아침은 노자 <<도덕경>>제80장을 읽는다. 노자의 유토피아, 내가 살고 싶은 세상으로 "소국과민(小國寡民)"을 말한다. '가장 작은 국가가 가장 큰 국가'라는 거다. 노자가 꿈꾸는 세상이 잘 그려진 장으로 알려져 있다. 노자가 바라는 유토피아를 정리해 본다. 8가지이다.
   1. 지방 분권 및 자치-작은 영토에 적은 인구
   2. 기계 위에 존재하는 인간-문명의 이기에 종속되지 않는 삶
   3. 생명 존중-한곳에서 안정된 거주
   4. 시간의 자유-분주하게 돌아다니지 않는 삶
   5. 나라를 지키려는 자위력의 확보-전쟁이 없는 삶
   6. 지식의 최소한 기능-지식이 권력이 되지 않는 세상
   7. 비교와 경쟁으로부터 자유-의식주 문화의 자부심
   8. 존엄성 있는 마무리-안정되고 편안한 죽음

이런 식으로. 노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국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결론은 작은 국가다. 작다고 할 때 그 작음은 물리적 크기보다는 노자 자신의 지론인 "무위지치(無爲之治)"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도덕경>>에 나오는 작은 것은 큰 것의 반어적 표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63장에 나온 "대소다소(大小多少), 큰 것이 작은 것이고 많은 것이 적은 것이다"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기계가 많이 있어도 쓰는 일이 없고 배와 수레가 있어도 타는 일이 없다는 등의 표현은 문명의 무용(無用)보다는 무위(無爲)한 문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장자>> 외편 <천지>에서는 무위한 문명의 의미를 우화를 통해 깨우쳐 주고 있다. 공자의 제자 자공이 어느 날 길을 가다가 힘들게 농사를 짓고 있는 노인에게 용두레라는 기계를 사용하면 편리하다고 권하자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기계가 있으면 기계에 대한 염려가 있고, 기계에 대한 염려가 있으면 기계에 대한 마음이 생기고, 기계에 대한 마음이 생기면 그 마음의 참됨이 없어지고, 그 마음의 참됨이 없어지면 그 정신이 편안하지 못하며, 그 정신이 편안하지 못하면 도에 고요히 거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이웃한 나라끼리 서로를 바라보고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리지만 죽을 때까지 서로 왕래하는 일이 없다'는 문장도 역시 외교적 단절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무위한 국제정치를 의미하는 표현이다. 그래서 제80장의 메시지를 노자식으로 압축해서 정리하면 ‘소국대국(小國大國), 가장 작은 국가가 가장 큰 국가'로 표현할 수 있다. 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小國寡民(소국과민) : 될 수 있는 대로 나라의 크기를 작게 하고, 나라의 인구를 적게 하라."

노자는 물, 허, 유약, 무위, 관용, "반자도지동", 문명의 축소, "절성기지", "절학무우"와도 같은 아주 평화롭고 여유로운 소박한 가치를 전했다. 그러나 노자가 <제80>장의 '소국과민론(小國寡民論)' 때문에 터무니없는 비판에 휘 몰렸다. 즉 현실 감각을 결여한 이상주의자라는 거다. 그러나 노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당대 세계질서의 평화는 대국의 올바른 세계 질서 감각과 국내 정치 운영방식에 좌우된다는 거로 보았다. 지극히 현실주의자였다. 예컨대, 제 60장에서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 큰 나라를 다스릴 때는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한다)"이라 했다. 이에 대해, 왕필은 "생선을 함부로 뒤집지 않듯이 나라를 함부로 뒤흔들지 않는 것이다. 조급하면 해가 많고, 고요하면 온전하여 지고 참되게 된다. 그러므로 그 나라가 대국일수록 그 군주는 더욱 고요하여 무위를 실천해야 한다. 그런 후에야 대중의 마음을 널리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라 말했다.

그리고 제 61장에서 ""대국자하류(大國者下流, 큰 나라는 스스로를 낮춤으로써 작은 나라를 얻는다)라 했다. '강한 자가 먼저 낮춰라'는 거다. 또한 제66장에서는 "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강해소이능위백곡왕자) 以其善下之(이기선하지) 故能爲百谷王(고능위백곡왕):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스스로를 잘 낮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계곡의 왕이 되는 것이다)"이라 했다.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자신을 낮추고 고집을 버렸을 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거다. 강(江)과 바다(海)가 깊고 넒은 물이 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낮추고 아래로(下) 흘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골짜기(百谷)의 물이 그 곳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그리고 노자는 끊임없이 대국의 자성(雌性, 여성성, 겸허, 낮춤, 포용, 雄性-웅성, 남성성-에 대비됨)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제 28장에서 말한 "知其雄(지기웅) 守其雌(수기자) 爲天下谿(위천하계): 남성 다움을 알면서 여성 다움을 유지하면  천하의 계곡이 된다"과 같은 논리이다. 도올 김용옥에 따르면, 노자의 정치 사상을 일정한 사이즈의 "소국주의"로 폄하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한다. 원래 '유토피아'라는 말이 '아무 곳에도 없는'이라는 뜻이다. 1516년 토마스 모아가 만든 '우포토스'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은 '현실적인 국가 사회의 모습에 대한 리얼한 기술이 아니라, 문학적 상상력과 이상주의적 동경, 시대모순의 해탈을 자극하기 위하여 제시하는 '자유로운 구상'의 세계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사람들이 이 장의 "소국과민"을 오해하고 있는 거다.

도올 김용옥은 "소국과민"에서 "소"와 "과"를 형용사로 보아 '작은 나라, 적은 백성'으로 보기보다, "소"와 "과"를 타동사로 보았다. 그러면 "소국과민"은 '될 수 있는 대로 나라를 작게 하고, 백성을 적게 하라는 과정론적인, 비실체론적인 명령이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본다. "소와 과의 '줄임'은 언제 어디서나 모든 국가 형태에 적용될 수 있는 유동적인 동사인 것이다.

노자의 시대에 가장 큰 문제는 "광토중민(廣土衆民)"의 침략중의를 앞세우고 "소멸겸병(消滅兼倂)"의 전쟁을 일삼는 정치성향이었다. 이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소국과민"을 제시하고 있는 거다. 그러나 이 장은 "소국과민"이라는 말을 없애면, 다른 삶과 경쟁하거나 비교되지 않고, 태어난 곳에서 편안하게 살다가 죽을 수 있는 세상, 강력한 자위력을 통해 전쟁이 예방되고, 지식이 권력이 되지 않는 세상을 시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어서 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使有什佰之器而不用(사유십백지기이불용) : 수많은 기계가 있으나 쓰는 일이 없고
使民重死而不遠徙(사민중사이불원사) : 백성이 죽음을 무겁게 여겨 멀리 이사 가는 일이 없고
雖有舟輿(수유주여) 無所乘之(무소승지): 배와 수레가 있어도 타는 일이 없고
雖有甲兵(수유갑병) 無所陳之(무소진지): 갑옷과 무기가 있어도 그것을 입고 나갈 일이 없다
使人復結繩而用之(사인부결승이용지) : 사람들은 다시 노끈을 묶어서 사용한다

여기서 "십백(什佰)"은 '열 가지 백 가지'의 뜻으로 온갖 기물을 가리키고 있으니 그것은 문명의 이기의 축소를 말한 것이다. 그리고 "불용(不用)"은 '쓸 일이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죽는 것을 중하게 여긴다"와 "이사한다"는 것은 깊은 관련이 있다. 옛날 농업기반 사회에서는 땅에 뿌리 박고 사는 사람에게 이사하라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죽으라는 것과 같은 거였다. 아니면, "중사(重死)"는 '생명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다. 그러니까 삶의 기반을 귀하게 여겨 함부로 이사 다니지 않는다는 뜻이니, 모두 안정된 사회, 소박한 사회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노자가 말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 있음을 고맙게 여기며 하루하루를 즐기면서 사는 사회, 그래서 구태여 위험을 무릅쓰고 더 나은 삶을 찾는다고 떠다니는 일이 없는 사회를 말하는 것 같다. 비록 배나 수레가 있지만, 사람들이 멀리 이사 가거나 여행하지 않기 때문에 타는 일이 없고, 방어전을 대비해서 갑옷이나 무기를 비치해 두었지만 이웃과 싸우거나 전쟁 같은 것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쓸 일이 없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사회이다. 노자의 일관된 반전평화주의적 주자이다.

마지막 문장에서 "결승(結繩)", 즉 '노끈을 묶는다'는 말은 옛날 글자가 있기 전에 노끈으로 매듭을 지어 매듭의 수 등으로 기호를 삼아 뜻을 전하거나 약속의 부호로 삼았다 한다. 다시 "결승"하여 쓰라는 것은 통나무의 소박한, 문명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라는 것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읽는다.  다시 말하면, 이런 것을 쓰고도 충분할 정도로 생활이 단순한 사회를 지향하자는 거다. 그 길이 다음과 표현된다.

甘其食(감기식) : 음식을 맛있게 먹고
美其服(미기복) : 옷을 잘 입고
安其居(안기거) : 편안하게 거하고
樂其俗(락기속) : 풍속을 즐긴다.

내가 먹는 음식이 가장 맛있고, 내가 입고 있는 가장 예쁘고, 내가 사는 집이 제일 편하고, 내가 누리는 문화가 가장 즐거운 세상이 나 자신도 영위하고 싶은 일상이다. 내가 사는 이곳에서 이런 세상을 만드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판단과 결정에 달려 있을 것 같다. 그러니 내가 먹는 것이 달고, 내가 입고 있는 옷이 예쁘고, 내가 살고 있는 편안하고, 내가 즐기는 풍속이 즐거우면 되는 거다. 이 태도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감미(甘美)롭고 안락(安樂)한 삶을 사는 것, 그 심미적 삶의 느낌을 갖는 거다. 그리고 그 느낌을 정치적으로 보장받고자 하는 것이며, 또 그 보장을 위해 철학적으로 의식의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건 비록 단순한 음식이지만 맛있게 먹고, 초라한 옷이지만 단아하게 차려 입고, 오두막집이지만 안온한 보금자리로 여기며 살아 가고, 순박한 그들의 풍속에 따라 명절을 즐기며 사는 사회, 아옹다옹하는 일도 없고, 잘났다고 뽐내거나 잘나 보겠다고 겨루는 일도 없고, 귀한 것을 가졌다고 자랑하는 일도 없고, 남을 헤치려고 머리를 짜는 일도 없고, 쓸데없이 부산하게 오가는 일도 없고, 누가 왕인지 다스리는 자가 있는지 없는 지도 모를 정도로 정치와 무관한 사회를 말한다고 본다. 그러면 다음과 같이 된다는 거다.

隣國相望(린국상망) 鷄犬之聲相聞(계견지성상문) 民至老死不相往來(민지로사불상왕래): 이웃한 나라끼리 서로를 바라보며,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리지만 백성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왕래하는 일이 없다.

이웃 나라가 서로 보이고, 닭 우는 소리, 개 짓는 소리가 들릴 만큼 지척에 있지만 완전히 자족(자족)하는 사회이기에 서로 침입해서 물건을 빼앗거나 훔치거나 빌릴 일이 없어 굳이 서로 왕래할 필요가 없는 거다. 우리는 오늘날같이 점점 복잡한 사회에 살고 있다 보나. 노자가 말하는 그런 사회가 그립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살고 싶다, 그러면 매우 행복할 것 같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행복한 사람들은/이영지

행복한 사람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하나 둘씩 모이어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 불과
어깨사이에 늘 있는 나란한 바람으로
어깨를 두릅니다

날씨가 다소 쌀쌀해 지면
하늘의 보물인 이슬과
땅 아래 물과 태양이 결실하는
가을을
어깨를 나란히 하며 먹습니다

달 밝은 밤
작은 언덕에 올라
마음을 담굽니다
마음의 단맛이 밭길에서 쑤욱 돋아나
가슴이 둥근 달로 걷습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제80장의 원문과 번역을 다시 한 번 공유한다.

小國寡民(소국과민) : 영토가 작고 인구가 적은 나라는
使有什佰之器而不用(사유십백지기이불용) : 수많은 기계가 있으나 쓰는 일이 없고
使民重死而不遠徙(사민중사이불원사) : 백성이 죽음을 무겁게 여겨 멀리 이사 가는 일이 없고
雖有舟輿(수유주여) 無所乘之(무소승지): 배와 수레가 있어도 타는 일이 없고
雖有甲兵(수유갑병) 無所陳之(무소진지): 갑옷과 무기가 있어도 그것을 입고 나갈 일이 없다
使人復結繩而用之(사인부결승이용지) : 사람들은 다시 노끈을 묶어서 사용한다

甘其食(감기식) : 음식을 맛있게 먹고
美其服(미기복) : 옷을 잘 입고
安其居(안기거) : 편안하게 거하고
樂其俗(락기속) : 풍속을 즐긴다.

隣國相望(린국상망) 鷄犬之聲相聞(계견지성상문) 民至老死不相往來(민지로사불상왕래): 이웃한 나라끼리 서로를 바라보며,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리지만 백성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왕래하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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